<275> 변신-8
용준에게서는 매일 보고가 들어왔다.
그걸 종합하면 윤 회장은 현재 특별히 사귀는 여자는 없는 것 같고,
생각보다 조용한 성격 같았다.
스포츠로는 골프를 치기는 하지만 어쩌다 가끔 특별한 경우 아니면 필드에 나가지 않는다.
대신 가끔 동네의 북한산 자락을 산책하거나 등산한다고 한다.
틈만 나면 정원 가꾸기를 좋아해서 자택에는 열대의 희귀 식물을 키우는 온실도 있다고 했다.
회사 일을 제하면 집귀신처럼 거의 집에만 있다고 했다.
혼자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해서 아랫사람들을 집 안에 거느리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는 출퇴근하는 기사와 집사가 있으며 정원사는 인근에 살며 호출이 있을 때만 방문한다.
부인이 살아 있을 때부터 고용한 나이 든 가정부가 2주에 한 번 토요일에 아들네 집에 가서
자고 온다고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매주 토요일 저녁엔 맹인 여자 안마사를 개인적으로 불러 마사지를
받는다고 한다.
“용준, 그 안마사를 한 번 불러 봐.”
화요일 저녁에 잠깐 만나 보고를 받은 유미가 용준에게 지시했다.
“왜요?”
“왜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했잖아!
시키는 대로 해. 일단 그 여자에게 전화를 해서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해.”
“어떤 서비스?”
“내가 알아? 남자들이 좋아하는 서비스가 어떤 건지….”
“나도 그런 서비스는 안 받아 봤는데….”
“그러니까 내가 서비스 받게 해 줄게.
최상의 서비스를 해 주면 돈은 충분히 주겠다고 해.”
“그 돈은 물론 쌤이 내 주는 거고요?”
“당근!”
“아싸!”
“그 여자를 자기 집으로 불러.”
“우리 집으로요?”
“응. 근데 나도 있을 거야.”
“쌤도 받으려고요?”
“난 구경만 할 거야.”
“당장 그 여자 연락처를 알아야겠네요.”
“그래, 내일이라도 당장 연락해.”
다음 날 용준은 유미를 보자마자 투덜댔다.
“그 여자, 꽤나 도도한 거 같아요.
자기는 업소와는 달리 아무나 예약을 안 받는다는데요.”
“다시 전화해. 윤규섭 회장 아들인 윤동진 이사 친구라고 해.
아버지의 오랜 단골이라 소개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친구가 요즘 갑자기 출장을 가느라
직접 전화번호를 주기에 전화한 거라고 해.
그래도 계속 그렇게 거만하게 나오면 윤 회장님께 따로 전화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돈은 많이 생각해 주겠다고 해.”
“알겠어요.”
용준이 당장 미술관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하려 했다.
유미가 그런 용준을 보며 눈을 흘겼다.
“여기 직원들 있는 사무실에서 하지 말고 이따 조용한 데서 해.
이게 식당 예약하는 것도 아니고 실수하면 안 돼.”
“하긴 그러네요. 한 번에 확실히 잘해야지. 어색하게 여러 번 버벅대면 눈치채겠죠.”
“안 되겠다. 퇴근하고 나 있는 데서 해. 연기 지도 좀 받고 해야겠다.”
“쌤, 저 이래 봬도 대학 축제 때 단과대학 연극 경연에서 대상 받은 몸이라고요.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패러디한 건데, <거울연가>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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