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73> 변신-6

오늘의 쉼터 2015. 4. 4. 14:58

<273> 변신-6 

 

 

 

 

이렇게 힘들게 탈피하고 변신했는데….

 

부끄러운 과거와 뼈아픈 양심을 가슴속에 생채기처럼 간직하고 있는 삶이지만,

 

무엇보다도 뜨겁고 열정적으로 삶을 사랑하며 살았다고 유미는 생각한다.

 

비겁하게 죽는 것보다는 이렇게 살아남는 게 좀 더 인간적이라고 자위하면서….

 

누구에게도 사기를 치거나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애꿎은 운명의 실수로 남모르는 가슴앓이를 하며 죄책감에 떠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적어도 철면피나 사이코패스는 아닌데, 도대체 왜?

유미의 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숨죽였던 분노와 원초적인 복수심…

 

동진과 결혼하는 것보다 어쩌면 자신을 짓밟으려는 윤 회장을 파멸시키고 싶은 욕구가

 

지금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건 성냥팔이 소녀가 자기가 가진 성냥통을 모두 불질러 세상을 불태우고 싶은 방화욕처럼,

 

무모하지만 참을 수 없이 매혹적이기도 하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동진과 결혼하고 싶다.

 

그것이 윤 회장에게 복수하는 길이라면….

퇴근 후 유미는 용준을 불러내 함께 저녁을 먹었다.

“쌤이 웬일로? 아아, 소문 때문에 심란하시구나.”

용준은 지레짐작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요. 오늘 나랑 술 한잔 하면서 기분 풀어요.”

“난 오늘 술 안 할 거야. 용준은 마시고 싶으면 마셔.”

“저 혼자 무슨 맛으로 마셔요?”

용준이 입맛을 쩝 다셨다. 용준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빛이 지나갔다.

“부탁할 게 있어.”

유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강애린지 강아진지 그런 새파란 게 오면 무슨 대수예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다간 큰 코 다칠 텐데. 난 언제나 쌤 편인 거 아시죠?”

“용준! 자기는 다 좋은데 너무 앞서가는 게 탈이야.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럼 남의 눈에 나게 돼. 내 얘기를 들어 봐. 아는 척하긴….”

“제가 원래 좀 조루 기가 있긴 해요.”

용준이 제 딴에는 썰렁한 개그를 펼쳤다.

 

그러나 유미의 얼굴을 보고는 표정을 고쳤다.

“말씀해 보세요.”

“지난번에 나한테 맹세한 거 잊지 않았지? 두 번째 미션을 부탁하고 싶어.”

“두 번째 미션요?”

“응. 이것도 물론 완벽하게 비밀을 지켜야 해.”

“쌤이 입 다물라고 한 건 죽어도 얘기한 적 없습니다.”

“그래. 잘했어. 그리고 아주 신속 정확해야 해.”

“뭔데요? 돈 심부름 같은 거예요?”

용준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얼굴이 되었다.

“일단 밥부터 마저 먹어. 여기서는 그렇고 집에 태워다 줄게.”

번잡한 식당
에서 말을 꺼내기가 뭣해서 유미는 서둘러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유미는 용준을 태우고 용준의 집으로 향했다.

 

용준의 집 앞 골목에 차를 주차시키자 용준이 집에서 차 한잔 하고 가라고 청했다.

“아냐, 됐어. 여기서 얘기할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유미는 핸드백에서 준비한 봉투를 꺼냈다.

“이거 먼저 받아 둬.”

봉투를 들여다본 용준이 물었다.

“어? 이게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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