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77> 변신-10

오늘의 쉼터 2015. 4. 4. 19:26

<277> 변신-10 

 

 

 

 

여자가 용준의 원룸 건물을 나서서 어둠이 내린 골목길을 걷고 있다.

 

밤인데도 흰 지팡이를 저어대며 제법 익숙하고 신중하게 길을 걷고 있다.

 

여자는 가방을 뒤져 안에서 뭘 찾다가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때 골목 안에서 급히 튀어나온 웬 남자가 뒤에서 그녀를 치고

 

큰길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눈 깜짝 할 새에 일어난 일이다.

 

그 통에 여자는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가방과 지팡이가 튕겨져 나가 여자는 엎드려서 그것을 찾으려고 더듬거리고 있다.

유미는 얼른 달려가 여자를 부축했다.

“어머, 괜찮으세요?”

얼른 가방과 지팡이를 챙겨 여자의 손에 쥐어줬는데도 여자는 잘 일어서지를 못했다.

“아유, 발목이 접질린 거 같아요.

 

어쩌나… 콜택시를 부르려고 휴대전화를 찾는데…

 

 이상하게 그게 안 잡히네. 어디서 떨어트렸나?”

“그나저나 걸을 수 있겠어요?”

여자는 일어서려다 고통에 겨워 신음 소리를 냈다.

“발목이 아파서 못 걷겠어요.”

“어떡하지?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실래요?

 

제가 근처에 차를 주차해놨는데 제 차로 모셔다드릴게요.”

“정말 고마워요. 눈도 어두운데 발까지 이러니 신세를 좀 질까요?”

“아니, 어떤 미친 자식이 이렇게 해놓고 뺑소니를 친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내가 오늘 돈에 눈이 어두워 미쳤지. 왜 나왔나 몰라.

 

꼭 뭐에 씌인 것처럼 나와서 이 지경이 되다니….”

“걱정 마세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여기 잠깐만 계세요.”

유미는 여자를 안심시키고 차를 가져와 여자를 부축해서 태웠다.

 

여자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유미가 운전석에 앉아 물었다.

 

“발은 괜찮으세요?”

“만져보니 그냥 인대가 좀 늘어났네요.

 

내일 침이나 맞으면 며칠 안 가서 나아질 거예요.

 

그런데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 들어줄래요?”

“예, 뭔데요?”

“내가 휴대전화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

 

좀 전에 일하고 온 집에 떨어트린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잠깐 그 집에 가서 확인을 좀 해줄래요?

 

그 남자 잠들었는데 깨워서 미안하긴 하지만 할 수 없죠.”

“그러죠, 뭐. 어딘데요?”

“골목 꺾어지자마자 로즈빌 301호라고… 3층 오른쪽 첫 번째 집인데….”

“알았어요. 얼른 뛰어갔다 오죠, 뭐.”

유미가 씩씩하게 말하자,

 

맹인 여자는 유미가 부럽다는 듯 입술을 살짝 올리며 웃었다.

“정말 천사처럼 착한 분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유미는 로즈빌 301호 벨을 눌렀다.

 

용준이 방에서 나왔다.

“아니, 이제야말로 진짜 자려고 하는데, 왜요?”

“아까는 완전 뿅 가는 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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