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변신-5
“으음…달콤해.”
동진은 그런 유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사실은 직원들과 회의가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요.
동진씨도 사우나 간다고 했다며? 빨리 땀 냄새 없애고 물이라도 찍어 발라.”
동진을 욕실로 내쫓고 유미는 재빠르게 핸드백에서 콤팩트 파우더를 꺼내
화장을 정리하고 향수를 꺼내 뿌렸다.
옷을 다 입고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진 유미가 욕실문을 열었다.
샤워를 하던 동진에게 유미가 문 앞에서 입술을 내밀었다.
“그냥 뽀뽀만 살짝. 옷에 물 묻으면 안 되니까.”
두 사람은 병아리처럼 입술만 살짝 내밀어 뽀뽀를 했다.
동진의 남성도 덩달아 쭈욱 머리를 내밀었다.
“어머, 얘 좀 봐. 저도 해달라네!”
유미가 입술로 살짝 그곳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객실을 나왔다.
유미는 동진과 사랑을 나누고 헤어져 아무렇지 않은 듯 사무실로 돌아와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개구리가 우는 것처럼 와글와글했다.
겨우 사무실에 앉아 정리를 하려고 할 때, 용준이 들어왔던 것이다.
기조실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면 조만간 공식적으로 강애리가 관장으로 취임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건 나중의 일이다. 유미가 충격을 받은 건,
어떻게 포르노 비디오테이프가 윤 회장의 손으로 들어갔는가다.
DVD도 아니고, 지금은 그런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하지도 않는 시대다.
벌써 십년도 훨씬 더 된 물건이다. 유미는 두 편의 불법비디오를 찍었다.
암암리에 유통이 되긴 했겠지만,
당시에도 그리 많이 찍어내진 않았던 걸로 유미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테이프들이 유통되어 어느 누군가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었을 테고,
그 물건이 윤 회장의 손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 나쁜 경우는, 유미가 보관하고 있던 걸
누군가 훔쳐내어 윤 회장에게 준 것이다.
지난 봄에 집에서 사라진 비디오테이프를 떠올리자 유미는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윤 회장과 나 사이에 누군가가 있다.
지난 번 동진을 기다리던 밤에 걸려온 전화가 떠올랐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자는 이것은 유미에게 승산 없는 싸움이며, 싸울수록 유미가 다칠 것이며,
어쩌면 모두가 파멸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니 YB 그룹에서 얼쩡대지 말고 모든 걸 놓고 떠나라고 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목숨이 아깝다면. 유미가 나중에 화면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그런 번호는 없다는 멘트가 나왔다.
여자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었던 걸까?
그 끔찍한 전화를 받고 잠이 달아나서 동진에게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그 밤 내내 동진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바보가 아닌 한, 윤 회장의 사주를 받은 누군가의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윤 회장은 이제 그 테이프로 동진과 나를 압박해올 것이다.
지난번에 조건 없이 백지수표를 내밀었던 그가 수표는커녕 이제는 태도를 바꿔
그 비디오테이프로 마치 나를 똥파리 취급하며 때려 잡으려 할 거다.
어쩌면 목숨을 담보로 한 협박까지 일삼다니…
유미는 어금니를 물었다.
도대체 윤 회장이라는 인간은 왜 이렇게도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유미는 자신이 벌레나 된 것처럼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그동안 어둠 속에서 구더기처럼 살아왔다.
살기 위해서 몸부림쳤고, 밝은 태양 아래서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접지 않았기에
기어이 여기까지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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