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74> 변신-7

오늘의 쉼터 2015. 4. 4. 14:59

<274> 변신-7 

 

 

 

 

“일단 착수금으로 생각하면 될 거야. 일이 성사되면 더 줄게.

 

아니 최종 목표에 성공적으로 이르게 되면 한 장 정도는 줄 수 있어.”

“예에?”

안경 너머 용준의 눈이 불을 끈 차 안에서도 번쩍, 빛나는 걸 유미는 느낀다.

“우리 회사 그룹의 윤규섭 회장 알지?”

“예….”

“그 사람의 일상을 좀 캐 봐.”

“예? 스케줄이라면 비서진이 쥐고 있을 텐데….”

“그런 공식적인 거 말고 프라이빗한 거 말야.”

“그런 거물들은 힘들 텐데….”

“암튼 자기 잘 안다는 심부름센터에 맡기든가,

 

여차하면 윤 회장 집에 자기가 잠입하든지, 가정부를 구워 삶든지….”

“왜요?”

“고객한테 이유는 묻지 말라 그랬지? 3일 정도 시간을 줄게.”

“에엥? 3일요?”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주말 끼고 화요일까지는 자세하게 보고해.

 

윤 회장의 회사업무 말고 가정사나 취미나 여자관계 이런 거를 알아내려면 주말이 좋잖아.

 

대신 시간이 많이 필요하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돼. 내 재량껏 커버해 줄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러니까 자기한테 부탁하는 거지.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자기밖에 더 있어?

 

난 사람들 아무도 안 믿어.”

“그럼 저는 왜 믿어요?”

“그건 자기가 맹세를 했잖아! 잊었어?”

“아, 그렇지. 난 쌤이 너를 사랑하니까,

 

이런 대답을 혹시 들려주실까 해서요… ㅋㅋㅋ 농담이었어요.”

“그래? 나도 농담이었어. 난 맹세보다 돈의 힘만큼 믿는 게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야.

 

그래서 봉투에 생각보다 많이 넣었어.

 

자기에게 더 많이 믿음이 가게 되면 더 많은 걸 의지하고 더 많이 줄 작정이야.”

 

“어쨌든 고마워요.”

“대신 비밀을 안 지킨다든가 약속을 불성실하게 이행하고 나를 지켜주지 못할 때는

 

가차 없을 줄 알아! 난 고리대금업자니까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아주 비싼 이자를 물게 할 거야.”

“샤일록? ㅋㅋ…내 가장 비싼 거시기 살 1파운드에 걸고 맹세합니다만,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알았어. 그거 잡고 맹세해.”

“옙! 다만 미션이 쉽진 않을 거 같아서… 저도 머릴 좀 굴려 볼게요.”

“그래서 오늘은 술도 마시지 않은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할 일이니까.

 

며칠 동안 무슨 수를 쓰든지 능력껏 내게 필요한 정보를 갖고 와.

 

파티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

“알았어요. 최선을 다해 볼게요.”

용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런데 잘하면 보너스도 주는 거죠?”

“그럼.”

“보너스는 돈으로 받지 않을래요.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죠?”

용준의 눈이 빛났다.

 

유미는 그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격려의 키스 부탁해요.”

용준이 유미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 계약서 쓴 거다. 자아, 도장 나가신다.”

유미는 용준의 입술에 도장을 찍듯이 입술을 힘주어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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