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 변신-3
유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통에 눈에 고였던 눈물이 뺨으로 굴러떨어졌다.
동진이 일어나서 유미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몸을 떼고 유미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정말 좋겠어. 아니 아까도 얘기했지만,
난 유미의 과거, 용서할 수 있어. 현재가 중요하지, 과거는 다 지나간 일이야.
다만 아버지 같은 사람은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지.”
“회장님도 보셨나요?”
“모르겠어. 문제는 아버지가 우리의 결혼도 당연히 반대하지만,
유미가 미술관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야.”
유미는 결혼은 물론이고 아예 이 나라를 떠나 줬으면 했던 윤 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유미한테 너무 빠져 있으니까 내 주변에서 완전히 떼어 놓고 싶은 거지.”
“그래서 당신도 나와 그만두고 싶은 거고요?”
“아까 그만두자고 한 건 결혼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야.
내가 오늘 유미를 급하게 부른 건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어서야.
아버지의 감시도 감시지만, 나 또 내일 아침부터 출장이야.
아버지는 자기가 원하는 답을 내게서 얻기 위해 계속 나를 유미와 붙어 있지 못하게
해외로 돌릴 생각인 거 같아.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 현장에 일부러 나를 보내는 거지.
몇 군데 돌고 오면 꽤 걸릴 거야. 그래서 지금밖에 시간이 없어.”
“그 두 가지는 뭐예요? 자, 앉아서 간단히 5분 안에 말해요. 그럼 40분이 남아요.”
유미가 동진의 입술을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한 가지는 아버지의 계획 중의 하나는 미술관 관장으로 강애리를 앉힐 거야.
내가 강하게 반발했지만, 그 비디오 건으로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어.”
동진은 그것을 제지하기 위해서 강애리의 요구로 잠을 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결국 내 발로 나가라는 뜻이군요.”
“미리 알고 대처해.”
“두 번째는?”
“두 번째는… 만약에 우리가 결혼을 못하더라도 난 유미를 내 영원한 신부로 맞고 싶어.
유미를 내 인생에서 잃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결혼만 하지 않을 뿐, 늘 내 곁에 너를 두고 싶다는 거야.”
“숨겨진 여자로 말이죠. 재벌 2세의 내연의 여자. 아아, 그런 건 너무 진부해.”
“날 떠나지만 말아 줘. 보상은 해 줄 거야. 너 없인 아무 의미가 없어. 돈도.”
“근데 또 재벌 2세의 그런 순정 이야기는 더 황당하네.”
“농담 아냐.”
“나도 농담 아니야. 불가능이란 내게 없어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거야. 당신은 겁쟁이. 너무 약해.”
“그래, 유미는 보기보다 강한 여자라는 거 알아. 솔직히 난 두려워. 널 잃을까봐….”
동진이 오른손으로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그 통에 앞 머리칼에 슬쩍 가렸던 이마의 상처가 보였다.
유미는 다가가서 동진의 머리칼에서 그의 손을 떼어내고 그의 머리를 안았다.
그리고 그의 이마의 상처에 입술을 갖다 대고 눈을 감았다.
“이 상처는 당신이 낸 거죠?”
동진은 대답 대신 유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유미가 동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에겐 40분의 선물이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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