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변신-2
동진은 텅 빈 눈초리로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는 그 눈빛을 마주보면서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이런 사태가 절망스러워. 내가 너무 무력하고….”
“그렇게 아버지가 두려워요?”
“유미는 우리 부자관계에 대해 잘 몰라. 이해를 못할 거야.”
“미안하지만, 당신 아버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아니에요?
아니면 당신이 문제가 있든가.”
“그렇게 말하지마! 문제는 유미, 너에게도 많아!”
갑자기 동진이 유미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버지가 그러는 것도 이해가 돼.”
동진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풀 죽은 소리로 말했다.
동진이 윤 회장을 두둔하는 걸 보니,
유미는 지난번에 동진을 기다리던 밤에 이상한 전화가 왔었다는 말을 할까 하다가 말았다.
그 전화는 윤 회장의 선전포고라 생각해서 동진을 만나면 마음껏 토로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무슨 말이에요?”
“내가 유미, 너를 지켜주지 못하는 건 내가 약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젠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
“…?”
“아버지가 유미의 과거 비디오테이프를 갖고 있어.”
“…!”
유미는 놀라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네가 과거에 포르노를 찍었던 필름!”
동진의 입에서 그 말과 함께 거친 숨결이 튀어나왔다.
“사실 난 네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싶지 않았어.
그냥 너란 존재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었던 거야.
네가 포르노 배우였든, 설사 창녀였든…
만약 깊은 산 속이나 무인도에서라면
난 그런 거 아무 상관없이 널 평생 사랑하며 살 수 있어.
그게 너와 나만의 비밀이라면 난 다 덮어주고 싶은데,
아버지가 그걸 안 이상에는 결코 너를 어떤 식으로든 지켜줄 수가 없게 됐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치명적인 상처를 받아.”
유미는 말없이 동진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오래 생각해 봤는데….”
“…?”
유미의 커다란 두 눈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동진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우리, 그만두자.”
유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동진의 눈을 응시했다.
그러자 동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진이 마침내 못 견디겠다는 듯 숨을 토하듯이 말했다.
“내 마음은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 유미,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유미는 그 큰 눈에 가득 의아함과 슬픔을 담아 물었다.
“내가 포르노를 찍은 그 비디오를 봤나요?”
동진이 고개를 들어 유미를 바라보았다.
“아니, 보진 못했어. 아버지가 서재에 있던 테이프 자체는 보여줬지만, 내용을 보진 못했어.”
유미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난 그런 걸 찍은 적이 없어요.
아마 여배우가 나와 닮은 여자인지도 모르죠.
그게 나라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어요?
그냥 좀 서글프네요.”
유미의 두 눈 가득 눈물이 차올라 맑은 눈에 고였다.
“정말이야?”
동진이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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