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68> 변신-1

오늘의 쉼터 2015. 4. 4. 14:51

<268> 변신-1

 

 

 

 

“소식 들으셨어요?”

박용준이 사무실로 들어와 급하게 물었다.

“무슨 소식?”

“여기 미술관 관장이 새로 취임한다는데요?”

용준은 제 딴에는 송민정을 통해 들은 따끈한 소식이라 생각하고 말했는데

 

유미는 놀라지 않았다.

 

유미는 대답 대신 입을 다물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침묵이 꽤 단단하다.

 

유미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다.

 

내리뜬 긴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우고, 지적이고 결곡한 느낌을 주는

 

단아한 코밑으로 꼭 다문 입매.

 

용준은 그 옆얼굴의 선이 새삼 완벽하게 아름답다고 느꼈다.

 

용준은 머쓱해졌다.

“송민정이 그러는데, 삼촌이 기조실에….”

그때 유미가 입을 열었다.

“박팀, 알고 있으니 나가 봐. 언젠가는 누가 채울 자리야.

 

회사의 방침을 존중하고 아직은 떠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근데 그게 그 새파란….”

“그게 새파랗든 새빨갛든.”

유미가 커다란 눈을 치켜뜨며 용준을 올려보았다.

 

유미의 큰 눈은 표정이 항상 풍부했다.

 

그런데 지금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단호함이 보였다.

 

용준은 꼬리를 내렸다.

 

용준이 눈치를 보며 물러나자 유미는 참았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사실 지금 유미도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좀 전에 윤동진을 만나서 그 얘기를 들은 터였다.

 

점심시간 직후에 윤동진에게서 문자가 왔었다.

 

약속시간과 호텔 객실번호가 찍힌 문자였다.

 

한동안 윤동진과 연락이 안 되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유미는 차를 놔두고 일부러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갔다.

객실로 들어서자 초조한 눈빛으로 동진이 유미를 맞았다.

 

그 눈빛은 참으로 복잡하고 묘해서 보자마자 투정을 부리려던

 

유미의 생각이 쏙 들어갔다.

 

동진의 행동도 어색했다.

 

예전에 점심시간에 잠시 틈을 내 호텔 객실에서 만나 수사극이나

 

고문극을 벌일 때의 달뜬 동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앉지. 지금부터 기껏 한 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

 

이 호텔 사우나에 간다고 했거든.”

침대를 놔두고 두 사람은 탁자를 사이에 둔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죠?”

유미가 그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얼굴과 손에 희미한 상처 자국이 보였다.

“이건… 별 거 아냐.”

“도대체 왜 그렇게 만나는 게 힘든 거예요?

 

계속 바람맞히고 연락도 안 되고…. 왜 그렇게 날 피하는 거예요?”

유미가 따져 물었다.

“그래, 그런 건 미안하게 됐어.”

“회장님 때문이에요?”

“…….”

“그렇군요.”

유미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동진이 결심한 듯 말했다.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거야. 그러니….”

“각오하란 말인가요?”

“…….”

동진이 입을 다물고 유미를 바라보았다.

“그거 알려주려고 이렇게 접선을? 흥, 참 친절도 하시네.”

코웃음을 짓던 유미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그게 동진씨 마음의 변화도 해당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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