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떠거운 눈물-8
일단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애리에게 환심을 살 필요는 있었다.
애리가 미술관 일에 끼어드는 것만이라도 피해야 한다.
미술관 일에 만족하고 있는 유미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두 여자가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울까?
아니면 쿨한 유미답게 애리를 서서히 물먹여 아웃시킬까?
유미가 제 발로 떠날까? 아니면 형님, 아우하며 잘 지낼까?
동진은 픽, 쓴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애리가 끼어들어 더 복잡하게 꼬이게 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벌어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바쁜 업무가 끝나고 한숨 돌릴 때,
동진은 어젯밤의 일을 나름대로 정리했다.
어쨌거나 애리와 잔 것은 유미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동진은 자기 합리화를 했다.
그렇게 유미를 생각하고 한 짓이니 유미가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취기 속에서 애리와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거래다.
유미에겐 사랑이 아니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머릿속이 정리되자 어젯밤의 숙취와 피로로 몸은 나른했지만,
유미가 보고 싶었다.
화끈한 섹스 후에 유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푹 자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래서 유미와 새 아침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미술품 수집을 위한 핑계로 출장을 함께 떠나는 건 어떨까?
스케줄을 한번 맞춰볼까?
이국의 호텔에서 유미와 한 침대에서 눈을 뜬다….
동진은 갑자기 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무실이라서인지 유미는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오유미입니다.”
“나야. 전화 괜찮아?”
“괜찮아요. 내 방이에요.”
“어제 많이 기다렸어?”
“…….”
유미가 침묵했다.
“화났어? 꼭 간다고 얘긴 안했잖아. 갑자기 회장님과 급한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회장님과 저녁에 약속을…?”
유미가 풋, 하고 웃었다.
“유미가 전화를 그렇게 여러 번 한 줄은 오늘 알았어.
그런 적은 처음이었잖아. 무슨 일 있었어?”
유미가 한숨을 쉬었다.
“어제 올 줄 알았어요.
말보다 눈빛이 하는 약속을 믿었는데….
이상하게 어제는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가슴이 배배 꼬인 심지처럼 밤새도록 타들어가는 거 같더라구요.
애간장이 탄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했어요.”
“미안해…. 나도 너무 보고 싶었는데 어째 볼 도리가 없었어.”
“그랬겠죠.”
유미가 뭔가 짚이는 데가 있다는 듯 말했다.
“어제… 무서웠어요. 밤에 이상한 전화를 받았어요.”
“이상한 전화…? 그게 뭔데?”
“여자한테서 전화가… 아,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요.”
“그래? 그럴까?”
“전화도 좀 조심해야겠어요. 오늘 저녁에 올래요?”
“글쎄… 좀 보고….”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몸은 피곤했지만, 오늘 밤 유미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진은 비서를 시켜 스케줄을 점검했다.
저녁 약속이 한 건 잡혀 있었지만, 연기할 수 있는 약속이라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유미와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 유미의 집으로 가서 식사도 간단하게 하자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5> 떠거운 눈물-10 (0) | 2015.04.03 |
---|---|
<264> 떠거운 눈물-9 (0) | 2015.04.03 |
<262> 떠거운 눈물-7 (0) | 2015.04.03 |
<261> 떠거운 눈물-6 (0) | 2015.04.03 |
<260> 떠거운 눈물-5 (0) | 201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