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떠거운 눈물-6
동진은 애리의 몸 위에서 눈을 감고 유미를 떠올렸다.
고무찰흙처럼 착착 감겨오던 그 탄력적인 몸의 느낌을 되살리려 애를 쓰고 있다.
뭐랄까. 애리는 동진의 손안에 들어왔지만,
자꾸 부서지는 모래 덩이처럼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동진은 자신을 향해 채찍을 휘두를 때의 유미의 눈빛을 떠올렸다.
욕망의 극점에서 번득이던 그 눈빛은 가슴을 오그라들게 하는 살기와 끝없는
슬픔의 심연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동진은 꼼짝달싹 못하고 죽음 앞에서의 제물처럼
공포와 환희를 동시에 느꼈다.
그 눈빛을 떠올리자 동진은 흥분되었다.
인정사정없이 애리의 옥문으로 쳐들어갔다.
애리가 아프다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애리의 고통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유미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할 때의 고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양이 울음 같은 앓는 소리를 내던 애리도 결국은 동진의 등을 껴안고 몸을 밀착해 왔다.
“오빠, 사랑해.”
그 말에 동진은 꿈에서 깬 사람처럼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말을 신호로 지체 없이 몸 안의 것들을 배설해버렸다.
그리고 취기와 피로감으로 노곤해진 몸을 애리에게서 떼어내 곧바로 잠에 빠졌다.
꿈에서 유미와 물속에서 놀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유미가 슬픈 얼굴을 하더니 동진에게서 멀어졌다.
동진은 눈앞에서 잡힐 듯한 유미를 붙잡으려고 유미의 뒤를 계속 쫓았다.
그런데 몸이 수초에 걸렸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과 허리께를 칭칭 감고 있는지 답답했다.
유미가 저만치 사라지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며 온몸을 버둥거렸다.
그 통에 꿈에서 깨어났다.
애리가 등 뒤에서 양팔로 그를 꼭 껴안고 잠들어 있다가 눈을 떴다.
동진의 얼굴을 보자 수줍게 웃으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창밖의 여명을 보니 새벽이 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꿈속에서 유미를 놓친 허전함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여자와 이렇게 함께 잠에서 깨어 새날을 맞이한 게 참 오랜만이다.
결혼을 한다면 항상 여자와 새날을 맞을 것이다.
동진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매일 인생의 새날을 맞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잠시 생각했다.
그런 건 돈보다 명예보다 더 달콤한 행복일 것이다.
그때 애리가 속삭였다.
“아, 매일 이렇게 오빠 품속에서 아침에 깨어나면 참 좋겠당.”
동진은 아무 말 없이 애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 그런데 어쩌지? 집에 가면 뭐라 그러지? 외박해버렸네. 아유, 창피해.”
애리가 걱정스레 말했다.
그러고 보니 동진도 출근 전에 집에 들러 셔츠라도 갈아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진이 벌떡 일어났다.
“얼른 일어나자. 나도 출근 준비 해야겠어.
너도 얼른 들어가. 집에 몰래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있으면 외박한 줄 알겠어?”
“나 어제 엄마 걱정할까 봐 오빠랑 있다고 문자 보냈는걸요.
오빠랑 있으면 우리 집에선 걱정 안 해요.
다만 오빠랑 자고 왔으니 얼굴 보기가 민망해서 그렇지.
다 그러려니 할 텐데…아유, 몰라. 오빠가 다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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