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58> 떠거운 눈물-3

오늘의 쉼터 2015. 4. 3. 17:31

<258> 떠거운 눈물-3 

 

 

 

연적(戀敵)인 애리를 모시며 일하게 될 유미의 모습이 떠올라 동진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유미에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납득시킨단 말인가.

 

강애리가 YB 패밀리 안주인들의 사업인 미술관 경영을 맡는다?

 

유미가 볼 때는 강애리를 아내로 맞아들이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강애리가 미국 대학의 경영학 학위가 있다는 합당한 이유도 연적에게는 핑계 거리에 불과한

 

변명인 것이다.

“아버지, 시간을 좀 두고….”

동진은 최대한 이 사안을 유예시키고 싶었다. 윤 회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했다.

 

나머지 일정에 대해서는 식사 후에 너희들끼리 술이나 한잔 하면서 조정해 보는 게 좋겠다.

 

난 그럼 좀 피곤해서 들어가 봐야겠다. 자, 그만 일어나지.”

윤 회장을 배웅하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호텔의 바로 옮겼다.

 

동진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도 모르고 애리는 동진의 관심을 끌려고 어리광을 부리며 홀짝홀짝 칵테일을 마셨다.

“오빠, 오빤 애리가 보고 싶지도 않았나 봐.

 

어쩜 출장 가서 단 한번도 전화가 없어요? 흥! 애리 화났어요.”

동진은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벌컥벌컥 마셨다.

 

출장 다녀와서 오랜만에 유미와 회포를 풀려 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애리야, 너 미술관 경영, 겉으론 무척 우아해 보이지만 그거 쉽지 않아.”

“그렇겠죠. 난 회장님과 오빠한테 인정을 받고 싶단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 있어요.”

“넌 나 아니라도 얼마든지 인정받고 살아오지 않았니? 너 같은 엄친딸이 어딨어?”

“오빤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요? 세상에 단 한 사람,

 

오빠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내 마음을요?

 

내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나한테 대시하는 수많은 남자들 물리치고 고이 지켜온 순결을

 

내가 사랑하는 오빠에게 아낌없이 바쳤는데….

 

내 마음을 오빠는 정말 몰라주는 거 같아요.

 

내 순수한 사랑을 왜 그렇게 가볍게 생각해요?”


애리의 눈에 금방 눈물이 글썽였다.

 

바의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그 눈물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이 병아리를 데리고 무슨 말을 하나. 동진은 또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너의 순수한 마음을 왜 모르겠니?”

“오빠가 뭘 알아요? 오빤 몰라요.”

애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그녀의 긴머리가 말총처럼 흔들렸다.

 

객관적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이 여성적이고 귀여운 여자다.

 

여동생이 없는 동진은 어릴 때부터 봐 온 애리가 여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 새삼 여자로 보이는 게 신기하긴 했다.

 

애리도 칵테일 한 잔을 더 시켰다.

“오빠와 내가 열 살 정도 차이 나지만, 나 사실 어릴 때부터 오빠 좋아했어요.

 

난 저 오빠랑 결혼해야지,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오빠가 결혼했을 때, 나 결혼식에 다녀오고 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며칠 죽을 만큼 앓았어요.

 

미국에 있을 때 오빠가 이혼했단 소식을 듣고는 울었어요.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야, 너 보기보다 집요한 데가 있구나. 나 그 정도로 멋있는 놈 아닌데.”

“그런 오빠가 멋있어요.

 

멋있는 척하는 애들치고 멋있는 애들 못 봤어요.”

“넌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인데, 남자들도 잘 모르고…. 난 그렇게 순수한 놈이 못 돼.”

동진은 애리의 눈을 바라보며 고백하듯 말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유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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