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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떠거운 눈물-2

오늘의 쉼터 2015. 4. 3. 17:29

<257> 떠거운 눈물-2

 

 

 

 

 

“이십년은 젊어 보이시지 않아요?”

아버지는 화사한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회장님이 얼굴은 잘생기셨는데, 늘 칙칙한 넥타이를 매고 계시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제가 잘 어울리는 넥타이를 오늘 선물하고 싶었어요.

 

회장님, 제가요, 열 살만 더 나이 먹었어도 회장님과 사랑에 빠졌을 거예요.”

강애리가 예의 그 보조개가 살짝살짝 들어가는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애교를 떨었다.

 

윤 회장은 애리를 바라보는 표정에 사랑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 내가 스무 살만 어려도 너랑 결혼하는 건데. 아깝지만 아들한테라도 줘야지.”

윤 회장이 농반진반으로 말하며 웃었다.

 

동진은 오랜만에 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았다.

 

오유미만 걸리지 않는다면,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셈치고 강애리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런데 이 넥타이가 뇌물 아닌가 몰라.”

“그럴지도 몰라요,

 

회장님. 회장님한테 넥타이 매드릴 때부터 회장님은 저한테 꼼짝 못하게 걸리신 거예요.”

“그래, 그런 거 같아. 그 이야긴 밥 먹으면서 계속하기로 하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간 것 같다.

 

동진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윤 회장이 일어서는 바람에 일어났다.

 

아버지가 할 말이 있다는 건 그것과 관계된 일일까?

 

애리도 일어나 동진의 옆에 서며 윤 회장의 뒤를 따랐다.

 

잠깐 애리가 동진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애리의 눈길에는 동진을 향한 전폭적인 애정과 신뢰가 넘쳐났다.

 

애리의 묶어 올린 머리 밑으로 솜털이 자잘한,

 

눈부시게 흰 목덜미를 바라보며 동진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세 사람은 호텔 한식당의 별실에 들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윤 회장이 운을 뗐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윤 회장이 동진의 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동진은 아버지의 입에서 정말로 애리와의 결혼을 명령하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잠깐 긴장했다.

“왜 그 생각을 못했나 몰라.”

“무슨 말씀이신지….”

“애리가 미국에서 MBA를 했잖아.”

애리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동진이 물었다.

“그런데요?”

“난 얘를 그냥 철부지 어린애로만 생각했다 이거지.

 

경영을 전공한 재원이잖아. 그래서….”

윤 회장이 말을 끊고 엽차를 마셨다.

“경영에 참여시킬까 싶다.”

“예?”

“거 왜 미술관 경영을 맡기고 싶다.

 

애리도 미술관 일을 하고 싶어하고, 딱 적임자야.”

“미술관은 현재 오 실장이 실무 책임자로 잘하고 있는데….”

“걔가 그림이나 좀 알지, 경영을 뭘 알아? 거기 관장 자리가 공석이잖아.”

윤 회장이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동진은 한동안 멍했다.

 

낮에 유미와 만나 미술관 작품 수집과 경영에 관해 논의를 하고 오지 않았나.

 

 

 “그래도 미술에 대해서는 애리가 잘 모를텐데요….”

“그렇지만 차차 배워가면 될 거라 생각해요.

 

처음엔 일단 실무자인 오 실장님의 도움이 좀 필요하긴 하겠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애리가 나섰다.

“회장님과 동진 오빠도 애착을 갖고 계시는 미술관 일이니 제가 멋지게 잘하고 싶어요.

 

돌아가신 사모님도 어릴 때부터 저를 예뻐하셨으니 하늘에서 도와주실 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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