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떠거운 눈물-1
저녁 무렵이 되자 동진에게 윤 회장의 호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일 없으면 저녁이나 함께 하자꾸나.”
“무슨 일이신데요?”
마침 유미와 만날 시간을 내느라 저녁 스케줄을 비서를 시켜 모두 정리한 참이었다.
“시간 되나 안 되나 그것만 얘기해.”
“저녁 먹을 시간은 될 거 같습니다.”
동진은 저녁만 먹고 밤에 유미를 만나자는 정도로 자신을 달랬다.
“비서실에 알아봤다. 오늘 저녁은 프리더구나.”
“아, 예….”
“애리가 여기 와 있다. 지금 건너오너라.”
“애리가요?”
“그래. 너 출장 다녀와서는 애리 못 만났을 거 아니냐.
내가 애리랑 너에게 저녁 한번 내고 싶구나. 할 얘기도 있고….”
“애리는 제가 따로 연락해서 만나려고 했는데…
그리고 할 얘기는 나중에 집에서 하시면 안 됩니까?”
동진은 유미와 만나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아버지가
마치 일부러 저녁 약속을 만든 것 같아 섬뜩하면서도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잔말 말고 오너라. 애리와 함께 있을 때 하려고 한다.”
동진은 할 수 없이 본사의 회장실로 가기로 했다.
유미에게는 일이 끝나는 대로 전화를 하면 될 것이다.
꼭 간다고 확약을 한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아까 낮에 유미의 사무실로 갔을 때,
유미에게 걸려온 전화는 누구로부터 온 것이었을까.
당황하는 얼굴빛으로 봐서는 남자에게서 온 전화인 것 같았다.
질투의 감정인지 그녀를 향한 마음에 순간 불길이 치솟았었다.
유미가 자신만을 사랑해 줬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미가 숫처녀나 성처녀 같은 여자였다면 흥미도 없을 것이다.
회장실로 들어가니 이미 먼저 와 있던 애리가 일어나며 반겨주었다.
애리와 함께 있었던 아버지의 얼굴에도 미소가 머물고 있다.
유미를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은 아버지가 유미의 얘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전에처럼 유미와의 결혼을 비난하고 강경하게 반대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강애리를 동원해서 햇볕정책을 쓰는 것인가?
요즘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자금난에 시달릴 때는
애리 아버지 강 회장의 자금력이 절실할 것이다.
강애리가 며느리로 들어와서 두 집안이 결속된다면 아버지 윤 회장으로서는
그보다 더 큰 공사 수주가 없을 것이다.
평생 든든한 보험을 든 것 같을 것이다.
“애리, 넌 웬일이니?”
“그냥 회장님이 뵙고 싶어서 잠깐 들렀어요.
회장님이 저녁 사주신다 그러시네요.
그런데 오빠, 회장님 뭐 달라 보이지 않아요?”
동진은 윤 회장을 바라보았다.
윤 회장은 오랜만에 온화한 표정으로 얼굴의 주름을 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글쎄…? 뭐 평소보다 표정이 좀 밝으시긴 한데….”
“그렇죠, 오빠? 그런데 왜 그럴까요?”
동진이 어깨를 으쓱하자 애리가 눈을 살짝 흘겼다.
“아이, 오빠. 넥타이….”
그러고 보니 아버지의 넥타이가 바뀌어 있었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8> 떠거운 눈물-3 (0) | 2015.04.03 |
---|---|
<257> 떠거운 눈물-2 (0) | 2015.04.03 |
<255> 미끼-18 (0) | 2015.04.03 |
<254> 미끼-17 (0) | 2015.04.03 |
<253> 미끼-16 (0) | 2015.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