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 미끼-17
“누구세요?”
유미가 동진을 흘끔 보았다. 상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기… 나 실비아야.”
“아, 저어….”
유미가 망설이자 동진이 벌떡 일어났다.
“어어, 좀 있다 내가 다시 걸게요….”
유미가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의 얼굴이 약간 굳어져 있다.
좀 전의 표정을 걷어내고 다시 딱딱하게 사무적인 얼굴로 바뀌었다.
“그럼, 얘긴 다 끝났으니 갑니다.”
그가 나가려 할 때 유미가 말했다.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해 놓겠습니다.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오늘 밤이라도….”
동진은 대답 없이 급히 유미의 사무실을 나갔다.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가 미술관을 나가자 유미는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럼 며칠 전에 전화를 받은 그 여자가 실비아가 맞단 말인가?
유미는 사무실의 문을 잠그고 좀 전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받았다.
“실비아?”
“그래. 정말 나나 맞아?”
“정말 오랜만이야. 십년도 훨씬 넘었네. 그런데 저번엔 왜…?”
“으응, 남편이 옆에 있어서….
나 몇 년 전에 결혼했어. 남편은 몰라.
남편이랑 같이 식당을 하거든. 늘 일터에 같이 붙어 있다 보니까….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 넌 참 어떻게 지내니? 결혼은 했니?”
“잘 지내. 결혼? 그냥 혼자 살아.”
“넌 뭐 하고 사냐? 이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네가 갑자기 그 바닥에서 사라지고 그동안 얼마나 궁금했나 몰라.
난 너 죽었나 했어. 그 이후 네 소식을 아무도 모르더라.
뭘 알아보려고 해도 너에 대해 아는 게 내가 없더라구. 원래 거기가 그렇잖아.
네가 나나라는 거 말고는 네 이름도 잘 몰랐잖아.
우리뿐 아니라 손님들에 대해서도 모른 척하는 게 거기 매너고 말이야.”
“그래. 참 오래된 얘기다. 나도 네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
뭐 궁금한 게 있어서 어렵게 전화를 했어.”
“뭔데?”
“너 혹시 ‘수빈’이란 데 기억나니?”
“그래 알긴 하지. 근데 네가 더 잘 알지 않니?
거기 나 만나기 전에 잠깐 있었다 그러지 않았어?”
“그래. 그렇긴 한데…. 거기 홍마담 언니 소식을 좀 알고 싶은데….
난 오랫동안 외국에 나갔다 요즘 들어와서 그 이후의 소식은 전혀 모르거든.”
“그래? 그 홍마담이 ‘수빈’에서 나와서 ‘베사메무초’란 업소를 인수해서 운영했었지.
나 거기 잠깐 나간 적은 있었어. 그런데 나도 너 사라지고 오래지 않아 그 생활 청산했거든.
나중에 누군가에게 들은 얘긴데 그 홍마담도 업계에서 사라졌대.
들리는 소문에는 누구 세컨드로 들어앉았다는 얘기도 들리고,
한밑천 잡고 어디서 조용히 살고 있다는 소리도 들은 거 같고….”
“그래? 혹시 선이 닿는 사람은 없어?”
“찾아보면 있겠지만, 그 바닥에 다시 선을 대고 싶진 않네. 왜 그러는데?”
“내게는 좀 중요한 일이야. 나중에 기회 되면 얘기해줄 게.
옛친구로서 좀 애써주면 나로서는 정말 고맙겠어.
물론 내가 찾는다는 걸 밝히지 말고 알아봐 줘.”
실비아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런데 부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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