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미끼-(10)
유미는 내일 저녁 고수익과의 약속을 생각해내고 물었다.
“그래. 내일 저녁. 내가 말이지, 요즘 좀 바빠.”
“내일 몇 시쯤요?”
“내일 저녁에 네 집으로 가마.
그냥 밥이나 한 그릇 차려줘. 내가 늙나 봐. 요즘 이상하게 집밥이 그리워.”
조두식이 측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도 이제 나이가 환갑을 넘었다.
유미는 집으로 그가 오는 게 싫었지만,
늙은 그가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알았어요. 식성은 여전하시죠?”
“그래. 그저 난 시래기나 묵은지 넣고 고등어 푹 조린 거 그거면 된다.”
“알았어요. 그럼 내일 저녁 집에서 저와 함께 먹어요. 일곱시 반까지 오세요.”
“알았다.”
그가 전화를 끊었다. 약방의 감초처럼 그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혹시 유미가 위험에 처하거나 혹은 누구를 위험에 처하게 할 때는 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는, 아니 그의 배후에는 어떤 권력이나 조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 회장과 한때 사업상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내일 그를 만나면 물어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미는 고수익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수익은 누워 있다 전화를 받는지 목소리가 저음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으음… 유미씨?”
“미안. 자요?”
“내일을 위해서 푹 자려구요.”
“아아 어쩌나…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잡혀서….”
“그 사이에? 누구와? 남자죠?”
수익이 당장 잠이 깬 목소리로 물었다.
“유미씨, 말해봐요. 우리 20분 전에 내일 저녁 약속 잡았는데
그 사이에 나 대신 누군가와 약속을 새로 잡았다면…
그 사람, 누구예요? 그렇게 나보다 중요한 사람인가요?”
수익이 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예요.”
유미는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요?”
“네. 아버지가 몇 년 만에 오신다기에 집에서 저녁 함께 먹으려구요.
그렇게 한가한 분이 아니라서.”
그의 목소리가 대번에 수그러들었다.
“아아,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 돼지고기 삼겹살 몇 근 끊어서 아버님께 인사도 드릴 겸 갈게요.
집에서 삼겹살 파티해요.”
“아버님께 인사?”
“예. 우리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 아닌가요?
진지하게 만나는데 인사도 드려야죠.”
아아, 이 진지남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저기, 됐어요. 인사는 무슨.”
“왜요? 저 인사시켜드리기 뭐해요? 제가 별 볼일 없어서요?”
“그게 아니라, 애들도 아니고 부모님께 인사하고 뭐 그러는 거 웃기잖아요.”
“웃겨요?”
“네….”
“내가 그런 존재군요.”
수익이 담배에 불을 붙여 무는 소리가 핸드폰으로 들려왔다.
역시 고수익은 너무 진지한가?
유미는 살짝 짜증이 나려 했다. 유미가 물었다.
“그럼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요?”
“운명을 함께하는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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