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 미끼-(9)
고수익이었다.
“밤도 늦었는데 웬일?”
“오늘 중요한 미팅 성공했어요?”
“으음….”
유미는 생각지도 않은 그의 질문에 답이 금방 나오지 않았다.
글쎄 오늘 윤 회장과의 만남을 뭐라 평가해야 할까.
“뭐 절반의 성공이랄까, 절반의 실패랄까. 왜요?”
“유미씨가 말하길, 성공하면 녹차 먹은 돼지가 무한제공이라
그래서… 그럼 성공이네요. 내일 밤 만나요!”
수익이 경쾌하게 말했다.
“치이, 뭐가 성공이라는 거예요? 절반의 성공이라니까.”
“그러니까 성공이죠. 여기 물잔에 절반의 물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에고,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그러지만, 어떤 사람은 아싸,
물이 반이나 남았잖아, 이러죠. 대부분 후자의 사람들이 역사를 이끌고요.
역사는 또 밤에 만들어지잖아요?
우린 야사에 밝은 사람들이니까 밤에 부지런히 역사를 새겨야죠.”
“밤에 몸에다가? 참 편리한 역사의식이네.”
“내일 저녁은 함께 보내요. 알았죠?”
수익이 졸랐다.
“글쎄….”
“삼겹살에 소주 해요. 나, 잘하는 집 알아요.”
“알았어요.”
유미는 마지못해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긴 윤동진이 출장 가있는 동안 만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또 연이어 휴대폰이 울렸다.
“나다.”
조두식이었다.
오랜만에 그에게서 온 전화다.
“이렇게 밤늦게 웬일이세요? 별일 없으세요?”
“별일이야 뭐 있냐? 내가 너한테 전화하는 게 별일이지.”
유미는 그 순간 불안해졌다.
조두식이 전화하는 일은 대부분 유쾌하지 않은 일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일은 무슨. 뭐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지.
내가 너한테 돈을 갚는 거니까. 전에 급히 빌려간 돈 돌려주려고 그런다.
이제부터 나도 늘그막에 너한테 신용 지키며 살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고마웠다.
그 정도 돈이야 껌 값도 안 되는 거지만,
일이 꼬일 때는 그렇게 가물 때도 있더라.”
바람 넣고 뻥치는 건 여전하군.
유미는 입술을 뾰족 내밀 뿐 맞장구를 치지 않았다.
“너도 잘나가는데 이자는 계산하기 복잡한데 그만두고. 이걸 어쩐다?”
“제 계좌 불러 드릴까요?”
“내가 그냥 현금으로 줄게. 핑계 김에 한번 보자.”
“저를요?”
“그래, 딸내미 얼굴 한번 보는데 뭐 잘못이야?
내일 저녁에 너 사는 아파트로 갈게. 사는 것도 좀 보고.”
“집으로요?”
“그래. 애비가 딸네 집에 잠깐 놀러도 못가냐?
너 말이야, 사실 몇 년 만에 내가 나타나도 집에서 밥 한번 먹자
소리도 안 하고. 나 좀 섭섭했다.”
“아저씨….”
이 아저씨가 꼭 아버지 흉내를 내려 해.
유미는 기분이 좀 상했지만,
기대도 안 했던 돈을 돌려받는데 내치기까지 하면 좀 싸가지가 없긴 하겠다 싶었다.
“알았어요. 그런데 꼭 내일 저녁이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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