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45. 미끼-(8)

오늘의 쉼터 2015. 4. 3. 16:41

245. 미끼-(8)

 

 

 

 노회하고 냉혹한 승부사인 윤 회장은 먹이를 던져주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는 봉투를 열어 백지수표를 꺼냈다.

 

유미는 윤 회장을 향해 쌩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가 생각한 거보다 회장님은 굉장히 통이 크시군요.

 

그만큼 저를 사랑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윤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회장님은 실수하신 거예요.

 

회장님은 아드님도 잘 모르시지만, 이 오유미를 정말 모르시는군요.”

유미는 윤 회장의 눈앞에서 백지수표를 천천히 잘게 잘게 찢었다.

“미끼가 참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저 아무거나 덥석 무는 그런 잡어는 아닙니다.”

윤 회장이 벌떡 일어났다.

“뭐야! 해 보자는 거야? 맞짱 뜨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비도 오는데 안녕히 돌아가세요. 멀리 못 나갑니다.”

유미가 현관문을 열고 기다렸다.

 

윤 회장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현관에서 유미를 바라보며 그는 혀를 찼다.

“너 바보 아니냐? 그런 건 지조도 아니고 꼬장도 아니고…ㅉㅉㅉ.”

“예, 저 바보죠? 회장님, 비 오는 날 부침개 생각나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오늘 봉투에 넣어 오신 건 파전 값으론 너무 과해서 제가 받을 수가 없잖아요?”

유미의 말에 윤 회장은 잠시 유미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

“그냥 내 뜻을 받들면 자네도 심간이 편할 텐데… 부침개는 맛있었네.”

윤 회장이 나가자 유미는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잘못한 걸까. 백지수표를 찢어버리다니.

 

윤 회장의 말마따나 원하는 돈을 갖고 외국으로 가서 자유롭게 살 수는 없는 걸까?

 

아무 조건 따지지 말고 돼지의 오르가슴을 느끼게 해주는 고수익 같은 남자를

 

원하는 만큼 데려다 살아도 된다.

 

아니면 그 돈으로 그동안 고생한 인생을 웬만큼 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왠지 그건 아니다.

 

그건 돼지나 할 짓이다.

 

그러면 정말로 윤동진을 사랑하는 걸까?

 

그를 떠나는 게 싫은 걸까? 하지만 어쨌든 수표를 받지 않은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한 기분이 사라지고 그런 자신에게 약간의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윤 회장이 백지수표를 내밀다니. 

 

그만큼 나의 가치를 높게 봐주는 걸까.

 

아니면 그만큼 나를 악착같이 쫓아버리고 싶은 걸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미운 거 같진 않던데…

 

어디 자네가 밉겠나…

 

그래서 자네가 더 안쓰럽네.

 

무뚝뚝하고 팍팍한 윤 회장이지만 유미에게 그런 말도 내뱉었다.

 

그때 그의 눈빛도 떠올랐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유미는 오늘 그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다.

 

그건 어쩌면 그가 요리할 만큼은 노글노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냉동고에서 나온 고깃덩이를 요리하려면 자연해동될 때까지

 

시간을 좀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윤 회장이 어떻게 나올지 당장은 예측을 할 수 없다.

 

윤 회장도 유미에게 말했다시피, 윤동진에게는 물론 당분간 비밀로 해야겠지만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가.

 

중간에서 윤동진만 조이겠지.

 

독박을 쓸까봐 벌벌 떨다가 그가 결국 쇼당을 걸겠지? 아니면 내가?

 

유미는 머릿속에서 한동안 복잡하게 생각을 굴리다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11시가 다 되었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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