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미끼-(7)
“회장님, 그 일이라면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렇게 어렵게 제가 회장님을 뵙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네는 내가 보기에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어떤 남자도 혹할 만한 미모를 갖고 있어.
자기계발을 위해서 더 노력할 수도 있고,
또 자신에게 맞는 상대와 만나 새출발을 해도 훨씬 더 행복할 거야.
우리 동진이한테 그렇게 집착 안 해도 말이지.”
“집착이라고 하셨나요?”
유미가 윤 회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사랑이라는 게 가끔 집착과 헷갈리는 거야.
그런 실수는 당사자들은 당시에는 잘 몰라.
사랑은 나중에나 알게 되는 거야.”
“외람된 질문이지만, 회장님은 사랑을 해보셨어요?”
“대답해야 하나?”
“꼭 대답 안 하셔도 돼요.”
“누구나 인생에서 실수는 하는 법이야.”
“회장님은 사랑을 실수로 생각하시는군요.”
윤 회장이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그리고 우리 동진이는 자네와 생각이 좀 다른 거 같더구만.
내가 알기로는 동진이는 자네와 절대 결혼하겠다,
그런 입장은 아니야.
그애도 세상물정 알 건 아는 놈이고 말이야.
그러니 자네가 말한 얘기와 좀 달라.
그애가 자네를,
자네가 믿는 만큼 그리 사랑한다고 나는 믿지 않아.”
윤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유미는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이 영감, 게 눈 감추듯이 맛나게 부침개 뚝딱 먹은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왜 이리 송곳 같냐.
“그럼, 제가 윤 이사를 이용해 혼자 벌이는 결혼사기극이란 말씀인가요?”
“그렇게까지 생각할 건 없고…. 자네가 동진이를 잘 모른다는 말이지.”
“제가 윤동진씨를 모른다구요?
그럼 회장님은 아드님을 어떻게 다 알 수 있으세요?”
유미는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윤 회장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
“보시면 알아요.
윤 이사가 제게 결혼을 약속한 자필 서약서입니다.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제약을 넘어서더라도 결혼하겠다는 일종의 각서죠.”
“그런 각서가 법적 효력이 있을 거 같나?”
“법적 효력보다 더 중요한 건 두 성인남녀의 애정의 결속력 아닌가요?”
윤 회장이 서약서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어떤 경우든 이 결혼은 무효야. 용납 못해. 자네 말이야.
나는 자네가 우리 집안에 들어오길 정말 원하지 않아.
그건 자네도 그리 행복하지 않을 거야.
만약 자네가 동진이를 떠나 준다면 자네의 장래를 위해서 나는 흡족한 보상을 할 거야.
자네가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면 더더욱 지원을 해 주지.
아니면 아예 위자료 조로 한몫을 줄 수도 있어. 이봐. 괜찮은 거래 아닌가?”
윤 회장이 슬쩍 웃는 듯하더니 양복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흰 봉투였다.
“뭐죠? 서약서인가요?”
“허허, 서약서는 내가 자네한테 받아야지.
자넨, 아름답고 똑똑한 여자지만 딱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어. 그게 바로 이거지.”
유미는 봉투를 슬쩍 열어보고는 숨을 한 번 쉬었다.
“백지수표네. 현명하게 판단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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