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43. 미끼-(6)

오늘의 쉼터 2015. 4. 3. 16:38

243. 미끼-(6)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유미는 커피를 한 모금 입에 굴리며 무엇부터 말할지 생각을 굴렸다.

“윤동진 이사와의 결혼문제인데요.

 

회장님이 왜 저를 그렇게나 반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유까지 내가 설명해야 하나?”

“글쎄요, 이유는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도 미우세요?”

유미는 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입술을 잘게 깨물면 눈에 눈물이 고인다는 걸 유미는 경험으로 안다.

 

불쌍한 미운 오리새끼처럼 보이려면 안구에 약간의 습기는 필수다.

 

그래야 상대도 ‘안습’의 반응을 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 꼬장꼬장한 윤 회장의 말투가 좀 부들부들해졌다.

“어디 자네가 밉겠나….”

윤 회장이 유미를 잠시 바라보았다.

 

유미는 그 눈빛을 보며 이 노인은 생각보다

 

나를 그리 미워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요, 회장님?

 

제가 비천하고 가진 게 없는 집안의 자식이라서요?”

유미는 또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눈으로 솟는 게 느껴졌다.

“예, 저 솔직히 말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여자예요.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집안도 변변하지 않아요.

 

아버지는 얼굴도 몰라요.

 

그래서 저, 더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 역경을 뚫고 아스팔트 틈에서 자라는 민들레처럼 악착같이 살았어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만, 회장님 또한 역경을 뚫고 오늘의 그룹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시잖아요.

 

그런 분이라면 오히려 저처럼 열심히 사는 여자의 인생을 이해하실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자네가 더 안쓰럽네.”

“저 열심히 할게요. 저를 거둬주세요,

 

회장님. 절대 YB그룹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겁니다.”

 

유미가 머리를 조아렸다. 윤 회장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 이사와 저는 서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윤 이사는 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첫 번째 결혼처럼 실패할 겁니다.”

그때 갑자기 윤 회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그 따위 악담을 해? 이 결혼은 안 돼.”

윤 회장의 반응에 유미도 물러서지 않았다.

“회장님. 회장님과 결혼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아들인 윤 이사와 결혼하는 거라구요.

 

당사자가 윤 이사이고 엄격히 말하면 회장님은 제삼자예요.

 

그리고 저희는 이미 법정 결혼 연령이 한참 지난 성인이구요.”

“그래서 뭐야? 둘이 도망이라도 쳐서 결혼하겠다는 거야? 협박이야?”

윤 회장이 흥분했다.

 

아, 잘나가다 왜 이렇게 됐지? 이 노친네, 정말 말이 안 통하네.

“협박이라뇨, 회장님. 물론 성인인 저희들이 그럴 수도 있지만,

 

저와 동진씨는 회장님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하고 싶은 겁니다.

 

허락해 주세요.”

유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시 협상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윤 회장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안 돼. 알았나?”

유미는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윤 회장을 바라보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때 윤 회장이 유미를 보며 낮게 말했다.

“지난번에 한 실장을 통해서 전달한 조건에 관해서라면 얘기할 용의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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