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미끼-(5)
현관문을 여니 실제로 윤 회장이 서 있었다.
그는 여름 양복 차림에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검은 우산이 푹 젖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하필이면 이렇게 궂은 날씨에 오시느라….”
“일기예보에도 없이 갑자기 비가 많이 오는군.”
“누추하지만 어서 안으로 드세요.”
유미가 우산을 받아들고 얼른 길을 열어주었다.
집 안에 가득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풍겼다.
유미는 윤 회장을 소파로 안내했다.
“회장님, 혹시 식사는 하셨는지….”
“간단히 차나 마실 생각이었네.”
그럼 저녁을 안 했다는 말인가?
윤 회장이 헛기침을 흠흠하며 코를 벌름대는 것 같았다.
그는 무심한 척 집 안을 휘이 둘러보았다.
“아직 저녁을 안 했는가?”
“예, 전 천천히 먹어도 됩니다.
워낙 부침개를 좋아하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이면 꼭 뭐라도 부쳐 먹게 돼요.
제가 좀 서둘러 먹어야 했는데 그만….”
유미는 얼른 부엌으로 가서 양념간장과 부침개를 접시에 담아 쟁반에 받치고 소파로 왔다.
“솜씨는 형편없지만, 혹시 식사 전이면 한 쪽 드셔보세요.
흉보셔도 어쩔 수 없지만, 음식은 나눠 먹는 게 도리라 생각해요.”
윤 회장이 머쓱하게 쳐다보았다.
유미는 쟁반을 탁자 위에 놓았다.
그리고 식탁으로 돌아가 자신의 몫으로 접시에 담아둔 부침개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등 뒤로 윤 회장의 흠흠거리는 헛기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가 젓가락을 집어드는 소리가 났다.
“자네, 이리 오게. 음식은 함께 먹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야.”
“아, 예….”
유미는 자신의 접시를 들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윤 회장은 젓가락을 들고 파전을 먹기 시작했다.
“맛이… 없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열심히 먹기만 했다.
파전 두 장이 금세 접시에서 사라졌다.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난 윤 회장이 한마디했다.
“제법이구만.”
그 말에 유미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천천히 먹게나.”
유미가 파전 한 장을 먹을 때까지 윤 회장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다 먹고 난 유미가 일어나 윤 회장에게 물었다.
“차는 뭘로…?”
“자네가 알아서 하게나.”
“괜찮으시다면,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다방 커피가 어떠신지?”
윤 회장이 마침 그 커피가 당겼다는 듯한 얼굴로 유미를 바라보았다.
“다방이 없잖나?”
“제가 다방 커피 정말 잘 만들어요. 제가 워낙 그 커피를 좋아해서….”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유미는 다방 커피를 아주 잘 만든다.
하지만 그 커피라면 싫다.
유미는 커피와 프림과 설탕을 조제하여 커피를 두 잔 탔다.
소파로 돌아와 윤 회장에게 건네자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소주나 맛있는 국물을 먹었을 때 맛있어서 즉각적으로 나오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작게 났다.
“어어!”
유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때 윤 회장이 물었다.
“그래, 나를 왜 보자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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