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미끼-4
“아버지라 퍽이나 관대하네요.
그럼 차는 뭐 달달한 다방 커피 같은 거나 좋아하시는 거 아냐?”
“어떻게 알았어? 하여간 당신은 무슨 신통력이 있는 거 같아.”
유미는 픽, 웃었다.
별걸 다 신통력이라고 한다.
함바집에 오는 공사장 인부들은 달달한 다방 커피 같은 믹스 커피에 중독되었다.
죽을 만큼 피곤하고 몸이 고달플 때는 설탕과 커피, 프림을 잔뜩 넣은 걸쭉한 커피가
약발이 최고다.
그런 사람들에게 여린 맛의 햇녹차를 주면 보리차보다 못하다고 버릴 것이다.
“고마워요.”
유미는 동진이 신통력 운운하는 것에 고맙다고 한 게 아니라
윤 회장의 식성을 알아내게 된 거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걸 알아차릴 리가 없는 동진이 말했다.
“고맙긴 별 게 다 고마워? 난 사실 그런 당신이 좀 무섭기도 해. 바람도 못 피울 거 같아.”
“거야 당근이지. 내가 저주를 하면 다 죽거든.”
“어휴, 썰렁한 농담 그만하고 나 좀 즐겁게 해 줘 봐.”
“뭘로 즐겁게 해 줘? 그리고 그런 거 좀 유치하고 썰렁해. 빨리 와요. 보고 싶어.”
“정말? 뭐 선물 필요한 건 없어?”
“중국에서 무슨 선물을 사려고? 짝퉁 천국이라는데. 짝퉁 윤동진이나 하나 만들어 오든지.
만날 출장 다니는 진짜 윤동진 대신 없을 땐 짝퉁이나 쓰게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만날 없어. 언제 와요?”
“ㅋㅋ 그럴까? 나흘 후에 간다. 아이 미스 유.”
“당신 미스 윤 아니었어? ㅋㅋ 그래. 굿바이 미스 유.”
유미가 농담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유미는 사무실에서 어떻게 시간이 흘렀나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리 의식하지 않아도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파출부 사무소에 연락해서 파출부를 불러 집 안 청소를 시켰다.
그리고 조금 일찍 퇴근해서 머리를 하고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갔다.
작고 소박한 집이지만 깨끗하게 정돈하고 단정하게 윤 회장을 맞아야 할 거 같았다.
그래야 그의 마음을 인간적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행운의 여신이 살짝 윙크를 하는 느낌이 왔다.
그것은 갑자기 내리친 번개였다.
하루 종일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마침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싸! 유미는 환호작약했다.
시각은 일곱시. 한 시간 후면 윤 회장이 납신다.
베란다 창으로 꽤 굵은 비가 주룩주룩 시원하게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비 오는 날의 삽삽한 공기와 처연한 기분이 금세 집안으로 스며든다.
유미는 깨끗하게 다린 앞치마를 입고 거울을 보았다.
머리칼에 우아한 웨이브를 주고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한 유미는 새색시처럼 보였다.
언젠가 박 피디를 꼬실 때 알몸에 앞치마를 입던 콘셉트와는 완전 딴판이다.
유미는 냉장고를 열었다.
잘 다듬어 놓은 파와 싱싱한 조개를 꺼냈다.
조개는 아직 살아 있었다.
큰 양푼에 부침 가루를 풀고 껍데기를 까서 탱탱한 살을 발라낸 조개와 파를 넣어
파전을 부칠 준비를 했다.
사실 이런 날은 파전을 부칠 게 아니라 떡 치기 좋은 날인데….
유미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혀를 쏙 내밀었다.
밖에는 파전을 부르는 비가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맛있는 양념간장까지 준비를 마치고 8시 15분 전에 파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맛을 보니 남 주기 아까울 만큼 기막히게 맛있었다.
세 번째 파전을 지질 때 현관의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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