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39)미끼-2

오늘의 쉼터 2015. 4. 3. 16:32

(239)미끼-2 

 

 

 

 

 전화를 끊고 나자 유미는 생각에 잠겼다.

 

내일 저녁에 집으로 오겠다고?

 

차 한잔 마시자고?

 

내 집으로 YB그룹의 회장이 오겠다고?

 

뭔가 좀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밤에 내 집으로 몸소 제 발로 찾아오겠다는 건 뭔가.

 

여태까지 유미의 집으로 온 남자는 유혹을 하거나, 유혹을 당하기 위해 왔다.

 

암거미의 거미줄로 기어들어 오는 곤충처럼,

 

한번 유미의 집에 제 발로 왔던 남자들은 유미에게 치명적으로 사로잡혔다.

 

그러나 윤 회장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차를 한잔 마시겠다고?

 

그럼 차는 무얼 준비해야 하는 걸까?

 

윤 회장은 무슨 차를 좋아하나?

 

얼마 전에 정효 스님이 절에서 덖은 좋은 햇차라며 보내준 우전을 내놓을까?

 

그런 맑은 차를 마시며 윤 회장과 주고 받을 대화를 생각하니 씁쓸했다.

 

도를 닦는 것도 아니고, 살다 살다 남자를 이런 식으로 만난다는 건 너무 어렵다.

 

오유미, 쫄지 마. 유미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워낙 자극적인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햇녹차 같은 건 손조차 대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예행연습 삼아 한번 음미해 볼까나.

 

유미가 우전차를 만들어 한 잔 따라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돼지’였다.

“자요? 뭐해요?”

“녹차 마시는 암퇘지 봤어요?”

“아, 녹차 마셔요?”

“으음. 차향 좋고.”

“맛있겠네요.”

“이거 좋은 차예요. 언제 한번 시음할 기회를 줄게요.”

“아니, 차가 아니라….”

“그럼?”

“ㅋㅋ, 녹차 먹인 암퇘지요.

 

같은 돼지라도 요즘 녹차 먹인 돼지 삼겹살이 훨씬 더 비싸더라구요. 하하….”

“아이 참! 수익씨, 정말 은근 웃겨!”

 

유미도 따라 웃으며 몸이 새곰새곰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 갈까요? 함께 녹차나 마시고 그리고….”

“녹차 돼지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그거 좋지.”

수익이 맞장구를 쳤다.

 

그의 잘생긴 심벌이 눈앞에 떠올랐지만 유미는 거절했다.

“안 돼요.”

“왜요? 그럼 내일 저녁에….”

“그것도 안 되겠어요.”

“녹차 먹은 돼지,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냐?”

“내일 저녁엔 중요한 일이 있어요.”

“설마 남자 만나는 일은 아니겠죠?”

남자를 만나긴 하지. 그러나 그렇게까지 수익에게 친절하게 대답할 필요는 없다.

“사업상 중요한 미팅이 있어요.

 

하지만 그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녹차 삼겹살 무한 제공할 수 있어요.”

“정말? 나 진짜 삼겹살 좋아해요.

 

이건 농담 아니고 정말! 소주에 삼겹살 먹어요.

 

유미씨가 아무리 고급스러운 여자라지만 호텔이나 비싼 음식만, 나 못 사줘요.”

“그런 걸 꼭 먹어야 고급스러운 여자예요?

 

나 입맛 소박한 촌년이에요.

 

나도 농담 아니에요.

 

수익씨 좋아하는 삼겹살 실컷 사줄게요.”

“지난번에 호텔에서 유미씨가 비싼 뷔페 냈으니까 삼겹살은 내가 쏠 거예요.”

“그래요, 그럼. 나도 삼겹살 무지 좋아해요.

 

그러고는 우리 집에 와서 녹차 마셔요.

 

선물 받은 진짜 좋은 녹차가 있거든요.”

“좋아요. 아아 녹차 먹은 돼지살…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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