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우정과 애정-11
유미가 아파트로 들어가니 용준은 보이지 않고 지완이 거실 마룻바닥에
타월 하나만 걸친 채 누워 자고 있었다.
지완이 완전히 퍼져 버려서 용준이 목욕타월을 지완의 몸에 덮어 주고 간 게 틀림없다.
유미는 소파에 앉아 지완의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완은 골격이 크고 유난히 젖가슴이 풍만하게 발달했다.
스무 살 시절에 함께 수영장에 갔을 때 유미가 부러워했던 지완의 가슴이었다.
인규가 그 젖가슴 때문에 지완을 엄마라고 놀렸다는 걸 유미도 기억한다.
세월의 흐름과 중력의 법칙 때문에 지금 그 큰 가슴은 좀 처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곳에 얼굴을 묻고 싶다는 따스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우정이 애정보다 강하다는 지완의 말이 떠올랐다.
지완은 인규와의 일을 알게 되면 우정의 이름으로 유미를 용서해 줄 것인가.
“으음… 물 좀….”
지완이 괴로운지 몸을 뒤쳤다.
유미가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지완에게 건넸다.
지완이 눈을 뜨고 타월로 가슴을 가리더니 물을 받아 마셨다.
유미가 지완에게 물었다.
“괜찮니?”
“으음… 목이 너무 마르다. 나 미쳤지, 어떻게 그렇게 술을 마셨나 몰라.”
“용준씨는?”
“몰라.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
“다른 건 기억나고?”
유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 몰라!”
지완이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웃었다.
“너희들 언제부턴가 권태기인 것 같아서 내가 어제 자극 좀 했지.
화끈하던데? 좀 덥혀 주니까 그렇게 팝콘처럼 팡팡 터지더구먼.”
“그래, 덕분에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밤을 보낸 거 같다.
넌 그렇게 예열만 하고 어딜 간 거야?”
“내가 누구니? 사실 박용준과 오랜만에 만나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네 마음이 느껴져서 도와주고 싶었어.
그리고 술이 깨면서 머리가 너무 아팠어.”
“그런데 나 색다르고 정말 좋았어. ㅋㅋㅋ….”
“얘가 얘가! 중이 고기 맛 알면 어쩐다더니….”
“언니가 가끔 한 수씩 가르쳐 주라.”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아니지. 늦게 배운 화냥질이지.”
지완이 웃음을 터트리자 유미도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뭐가 우스운지 한동안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웃음이 그친 뒤에 유미가 말했다.
“너 정말 어제 섹시했어. 너한테 그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놀라웠어.
사실 머리가 아픈 것보다 내가 깨갱해서 나온 거야.”
“정말?”
“그리고 박용준을 많이 사랑하는 거 같더라. 그게 네 몸짓에서 그대로 느껴졌어.”
“그래. 연애한 유일한 남자가 그 남자잖아.
그런데 네 말대로 나 이제 박용준도 자유롭게 놓아 주려고….
내가 너무 집착했던 것도 같아. 그 남자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놓아 주고 싶어.
이제 나도 자유롭게 살 거야.”
“자유부인 선언하시는 거야?”
“그래.”
“우리 이번에 자유당 창당이나 할까?”
지완의 내숭은 이제 봄을 맞아 내복처럼 벗어던져진 건가?
유미는 지완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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