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우정과 애정-7
유미와 지완은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
특히 지완이 오랜만에 자신을 풀어놓은 채 퍼마셨다.
유미는 대취의 정점을 지나버리자 오히려 술이 들어가도 취하지 않았다.
지완이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지 울었다 웃었다 하며 주사를 부렸다.
제 딴에는 세상에서 제일 믿는 베스트 프렌드와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사랑하는 남자라고 믿는
유미와 용준 앞이라 긴장을 푼 탓이리라.
대신 용준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
여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대취하니 긴장이 되었다.
“용준! 뭐야? 왜 이렇게 안 마시는 거야? 폭탄이나 돌리지 말고 마시라구, 이 폭탄아!”
지완이 술에 취해 소리를 질렀다.
용준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 참, 술 취한 두 누님을 책임지고 보필해야 될 거 아닙니까.”
“나, 너한테 불만 많아. 오늘 밤 가만 안 둘 거야.
쥐어 터질 줄 알아. 그래 우리 남편이 그렇게 무섭냐.
애 둘 딸린 그저그런 여편네 관심없다고 했다며?”
지완이 용준에게 찍자를 붙었다.
용준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하소연했다.
“나 원 참! 기껏 그렇게 해달라고 애원할 땐 언제고,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 어쩌라구요!”
유미가 눈을 꿈쩍이며 말했다.
“용준씨가 이해해. 얘 많이 취했네.”
지완이 용준의 목을 껴안고 어깨에 고개를 묻더니 곧바로 잠에 빠졌다.
“완전히 곯아 떨어졌네요. 어쩌죠?”
“어쩌긴? 난 집으로 갈 거니까 둘이 알아서 해야지. 여기도 문 닫을 시간 다 됐는데.”
“어휴, 쌤! 이 무거운 짐을 메고 어디로 가라는 거예요? 가까운 쌤 집에나 부려놔야죠.”
“그럼 짐만 부려 놓고 택배기사는 가, 알았지?”
용준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예… 알았어요.”
용준이 지완을 업고 블루문을 나왔다.
유미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유미가 침실 문을 열어 주었다.
“침대에 눕혀 놓고 가.”
용준이 지완을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 하자 갑자기 지완이 용준의 목을 끌어안았다.
“안돼. 가지 마! 나 두고 가면 죽어. 내 곁에서 자, 알았지?”
지완이 용준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용준을 부둥켜안았다.
어어, 하며 용준이 침대로 무너졌다.
유미는 조용히 침실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그만 자요! 많이 취했어요.”
“가면 안 돼….”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잠깐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유미는 술에 취해 노곤한 몸을 소파에 뉘었다.
열기 있는 몸이 식을 줄 모르고 기분이 붕 뜬 게 쉽게 잠이 올 거 같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평소대로 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자고 싶었으나 그러지도 못했다.
그냥 답답한 채로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할 수밖에. 술은 많이 마셨지만,
몸이 풀어지기는커녕 온몸의 신경 줄이 곤두섰다.
술을 마시고 타이밍을 놓치면 이상하게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늘 낮의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때 침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나오는 기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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