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우정과 애정-4
그런데 일이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지완과 헤어져 유미는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인규와의 관계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지완 앞에서 유미는
지완의 말대로 베스트 프렌드로서의 우정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바깥이 소란해졌다.
남자들이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나더니 여직원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
급기야 뭔가를 치는지 투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인터폰이 울렸다. 알바생이었다.
“아, 실장님.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
실장님을 만나겠다고 하는 걸 안 계신다고 했으니까 사무실 방문을 잠그고 계세요.”
“경비를 부르세요.”
“예, 그런데 자꾸 실장님을 만나야 한다고 하네요.”
도대체 누군데 그러는 걸까?
유미는 직원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살짝 문을 열어 보았다.
박용준의 멱살을 잡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인규였다.
박용준이 소리쳤다.
“당신 또라이 아냐? 아까 해명해 줬으면 됐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난리냐구!”
“뭐 또라이? 이 색골같이 생긴 새끼가 어디다 대고 지랄이야.”
“이 아저씨가 정말!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참아주려 해도 못 참아주겠네.
색골? 그래 당신, 내가 부럽지?
오뉴월 개혓바닥처럼 늘어진 당신 그거 백날 주물러도 안 되지?”
“뭐야! 이 새끼가!”
인규가 용준의 얼굴을 한 대 갈겼다.
용준이 인규를 벽에 밀어붙였다.
“나 당신한테 맞을 이유 없어.
어디서 뺨을 맞고 나한테 와서 분풀이하는지 모르겠는데,
나 당신 부인이랑 아무 일도 없었어.
애가 둘이나 딸린 그저 그런 아줌마한테 나 관심 없다구.”
인규가 다시 머리로 용준의 가슴을 밀었다.
“너 오유미 애인이라며?”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야?”
인규가 그 말에 펄쩍 뛰어오르며 고함을 쳤다.
“오유미, 너 당장 나와!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엉?”
그때 경비가 달려들어 인규와 용준을 떼어놓았다.
경비가 인규를 끌고 가려하자 인규는 더더욱 버티며 소리를 질렀다.
“오유미, 너 가만 안 둔다. 나 이대로 안 죽어.
오유미 나와! 네 정체를 다 까발려 버릴 거야!”
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 하지만,
그대로 두었다간 더 시끄러워질 게 분명했다.
황인규가 두려워서 피하나. 그의 입에 든 폭탄이 두려운 거지.
게다가 상부에 알려지게 되면 신경 쓰인다. 유미가 문을 열고 나왔다.
“황인규씨!”
패악을 치던 인규가 퍼뜩 정신이 든 듯 돌아보았다.
경비가 물었다.
“아시는 분이세요?”
“네, 친구의 남편이에요. 보시다시피 상태가 좀….”
“이 사람, 제 정신이 아니에요. 나 참!”
박용준도 옷을 털며 말했다.
유미가 인규를 보며 말했다.
“지완이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요즘 상태가 더 악화된 거 같다고. 약 잘 챙겨 드셔야죠.
안 그래도 지완이와 한 번 자리 같이 하려고 했어요.
지완이에게 황인규씨에 대해 저도 할 말도 있고 말이죠.
제가 시간 한 번 봐서 연락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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