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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우정과 애정-3

오늘의 쉼터 2015. 4. 2. 16:49

(229)우정과 애정-3 

 

 

 

 

 “아니, 뭐라구?”

이게 무슨 소리야?

“유미야, 미안해. 무서워서 거짓말했어. 죽이겠다잖아. 이해해 줘.

 

나 정말 황인규랑 빨리 조용히 끝내고 싶거든.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무슨 상관이야.

 

네가 박용준과 애인관계라도 황인규한테는 아무 문제가 안 되잖아.

 

그리고 용준씨와 네가 그런 관계 아닌 건 용준씨와 나도 다 아는 사실인데,

 

그냥 좀 눈감아 주면 되잖아. 친구를 위해서….”

유미의 머릿속에 순간, 일이 이렇게 꼬일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완에게 그간의 진실을 다 얘기할 수도 없다.

 

다시 한 번 상처 받았을 인규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 내가 약한 탓이야. 그냥 그 순간을 모면하고 싶었나 봐.

 

넌 강하니까 그런 거 정도야 별거 아니잖니.

 

혹시라도 인규씨가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면 돼.

 

아마 그럴 일도 없을 거 같다만.

 

네가 알고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고백하는 거야.

 

미안해, 유미야. 날 좀 도와 줘.”

“인규씨는 뭐래?”

“그냥…. 그냥 아무말 없이 전화를 끊더라.

 

잘 넘어간 거 같아. 순간적으로 그런 꾀가 반짝 떠오르다니.

 

똥을 피하려다 보니 참 별 순발력이 다 나오고…. 괜찮지, 유미야?”

지완이 살짝 웃기까지 했다.

 

유미는 그런 지완이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실 지완을 엄청나게 배신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별거 아닐지도 몰랐다.

“그래 넌 똥을 잘 피했다만, 똥물이 나한테 튀었구나.”

“세탁비 생각해 줄게. 이혼만 하면….”

유미가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짓자 지완은 한술 더 떴다.

“유미야, 이건 네가 친구니까 말하는 건데… 언제 또 부탁하면 들어주면 좋겠어.”

“무슨 부탁이 또 있어?”

“그게… 인규씨가 좀 정신이 그렇잖니. 최악의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에는…?”

“정신과 의사에게 조언을 좀 구하고 있어. 그건 나중에 닥치면….”

지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리인가?

 

인규를 정신병원에 집어넣겠다는 소리인가?

 

강제로라도 지완이 인규와 이혼하려면 그런 게 유리할 거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지완이 유미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유미가 그런 지완을 낯설게 바라보았다. 부부연은 맺기도 힘들지만,

 

끊기는 더 힘든가.

 

서로 사랑했던 인간들이 모든 관계의 끝에서는 이렇게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니.

“얘, 유미야. 네가 못 봐서 그래.

 

그 사람 눈빛도 이상하고 정말 무서워.

 

게다가 자기가 사람을 죽였는데 날더러 안 믿는다고 울면서 패악을 치더라니까.”

유미는 지완의 입에서 그 소리를 들으니 섬뜩했다.

 

인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더구나 지완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인규의 입에서 무슨 말이 어디까지 나올까.

 

인규는 입에 폭탄을 물고 있구나.

 

무덤까지 가져 갈 비밀이라는 걸 인규도 잘 알 텐데….

 

그러니 인규는 정말 미친 게 아닐까.

 

“어쩌다 인규씨가 그 지경이 됐니….”

유미가 인규를 동정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치만 황인규보다 내가 더 불쌍하지.

 

오유미, 넌 친구인 나보다도 황인규가 더 불쌍하다는 투로 말하네.”

“그럴 리가? 그나저나 인규씨가 그런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정말로 정신이상이야.

 

뭔가 조치를 취하긴 해야겠다, 얘.”

그래. 어떡하든 인규의 입에 든 폭탄은 제거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다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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