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우정과 애정-2
“뭐?”
하마터면 유미가 놀라서 물잔을 엎을 뻔했다.
“그러니까 미쳤지. 술을 마시긴 했지만 제정신이 아니야.
자기는 그런 놈이라며, 그래서 그 벌로 스스로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놈이라며
나를 마지막 여자로 생각한다나….
그러니 아이들의 아빠로서만으로라도 자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구.”
“그래서…?”
지완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다 쇼지 뭐.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고. 아니면 정말 미쳤어.
언제부터 누군가가 자기를 노리고 있다며 사람들을 피하고 폐인처럼 돼 가더니….”
“그래서 넌 어쩔 셈인데?”
“무서워. 더 이상 한집에서 못 살 거 같아.
내가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면 내가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니?”
유미는 지난번에 집으로 찾아왔던 인규의 절망적인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지완이 은밀한 목소리로 유미를 불렀다.
“유미야….”
“어…?”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
“네가 나한테 부탁을…?”
“넌 내 친구지?”
“응.”
“세상에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지?”
유미는 지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하고 불안해졌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우리 스무 살 때 처음 만나서 우정을 약속했잖아. 영원히 변치 말자구.”
그랬었지….
그러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을까.
약속은 변함없이 기억나건만, 두 여자의 인생이 변하지 않았나.
변화무쌍한 인생의 앞날에 과거의 약속이라는 건 지나고 보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약속해 줘.”
아니 또 무슨 약속? 스무 살 처녀처럼 지완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뭘?”
“날 원망하지 않겠다구.”
내키지 않았지만 지완의 눈빛이 하도 진지해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유미야, 우린 친구잖아. 너는 나랑 다른 삶을 살아도 난 너를 생각하면 늘 든든했어.
강한 여자의 아름다움 같은 거라고나 할까.
질투 이전에 나를 오래 사로잡은 감정은 그런 거였어.”
“말해 봐.”
유미가 조용히 채근했다. 지완이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아마 내가 약하기 때문에 그랬을 거야.
이번에 이 일도, 비겁하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너가 나보다 더 강하니까 잘 처리해 줄 거라 생각해서….”
유미는 점점 더 궁금해졌다.
“있잖아. 아까 그 사람이 또 술 먹고 전화했더라.
안 받으려다 받았더니 이번엔 또 협박하더라.
그동안 징징대는 걸 내가 눈 하나 깜짝 안했더니,
날 간통죄로 고소하겠대. 박용준에 대해서도 알더라.
뒤로 조사해 봤다나. 아니 고소하는 것도 귀찮으니까 나와 박용준을 죽여 버리겠대.
자기는 이제 무서운 거 없대. 정말 미친 거 아니니?”
“쥐도 막다른 길로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잖니.”
“그래서 내가 거짓말을 했어. 오해라고, 박용준과 나는 불미스러운 관계가 아니라고.
사실은 유미의 애인이라구. 유미가 박용준과 연애도 하고 일도 부려먹고 하다가
그 회사의 오너인 재벌 2세와 결혼하려고 그 남자를 자꾸 부추겨서 나한테 붙여준 거라구.
그래서 그 남자가 나한테 빠져서 내가 제 애인인 양 날 쫓아다녀서 내가 피해다니느라
힘들었다고. 난 그 남자한테 아무 관심도 없었다고 말이야.
유미한테도 물어보고 그 남자한테도 물어보면 다 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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