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25)좁은문-18

오늘의 쉼터 2015. 4. 2. 16:43

(225)좁은문-18

 

 

 

 

“그럼 나와 결혼할 거야?”

“그래.”

그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유미는 다시 한번 흥분을 어금니로 누르고 그를 아래위로 조였다.

 

그리고 넥타이를 고삐처럼 꽉 잡고 냉정하게 물었다.

“서약할 수 있어?”

동진은 이미 절정에 다가가고 있었다.

 

유미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확실히 해.”

동진이 몸을 떨며 울부짖었다.

“할게. 할게. 할게. 뭐든지 할게!”

그리고 그는 오래 참았던 걸 쏟아 냈다.

 

그 순간 유미도 쾌락이라는 기차의 마지막 칸에 뛰어올라 바람 같은 절정을 맛보았다.

 

왠지 끝까지 만족하지 못했다는 느낌이지만 그건 당연했다.

 

유미는 오르가슴이 목적이 아니었다.

 

오르가슴을 통제하면서 윤동진을 조절해야만 했다.

 

인생의 꽃밭에는 두 마리의 토끼가 뛰놀지만 두 마리를 다 잡을 순 없다.

 

윤동진을 만족시키면서 자신의 다른 욕망을 만족시키면 되는 것이다.

 

방법이 좀 이상하지만 우유부단한 윤동진의 입에서 결혼 약속을 받아 냈다.

 

유미는 동진의 손을 풀어 주고 안대를 풀어 주었다.

 

동진은 유미의 몸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사랑스럽게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도 동진의 두 눈에 입맞춤을 하며 그를 깊게 포옹했다.

동진이 욕실에서 몸을 씻고 나오자 유미는 시원한 꿀차를 만들어 왔다.

 

유미가 동진의 붉게 자국 난 살을 호호 불면서 말했다.

“마셔요. 아유, 짠해라. 취향도 참.”

동진이 꿀차를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아아, 살 거 같아. 너무 좋다!”

유미가 동진의 손에 볼펜을 쥐어 주었다.

 

동진의 앞에는 흰 종이가 놓여 있었다.

“아까 약속했잖아.”

 

“…그래.”

동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결혼서약서 쓰기로….”

“뭐라고 쓰지?”

“윤동진은 어떤 제약에도 불구하고 오유미와 결혼하기로 서약한다고 쓰고

 

날짜 쓰고 사인하면 되지.”

동진이 머뭇거렸다.

“좀 치사하다… 어떤 제약에도란 문구에도 어폐가 있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 그렇게 써요.”

“내 마음은….”

“알아요. 동진씨 마음. 그걸 표현하는 거예요.

 

내가 그거라도 붙들고 있고 싶으니까.”

“그냥 그런 의미야?”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좀 전에 머뭇거리던 동진은 흰 종이에 시원스러운 필체로 서약서를 쓰고 사인을 했다.

“결혼할 인연은 하늘이 내는 거래요.

 

하늘이 갈라놓으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애초에 결혼 이야기를 꺼낸 건 당신이고,

 

아무것도 가진 거 없는 나는 그렇게 흔들리는 당신의 뭘 믿고 사랑해야 하는 거죠?

 

내가 창녀가 아니니 돈은 필요 없고, 그냥 정표처럼 약속의 글을 받고 싶었어요.”

유미가 동진에게 살포시 기대어 말했다.

 

동진이 유미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가 소파에 길게 누웠다. 나른함이 몰려왔다.

 

그때 동진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내 서류 가방 전에처럼 저기다 두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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