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22)좁은문-15

오늘의 쉼터 2015. 4. 2. 16:36

(222)좁은문-15 

 

 

 

 

 

 

 유미는 동진의 맞은편 식탁 의자에 앉았다.

 

동진이 유미의 잔과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유미와 동진은 서로의 눈을 보며 건배를 한 뒤 단숨에 독한 술을 마셨다.

“오랜만이지? 좋다.”

동진이 씩 웃었다.

 

유미가 술병을 들고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무언가 말문을 터주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용 같은 식탁보다는

 

정신과 상담용 소파 같은 널널한 곳이 좋다.

 

동진이 잔을 들고 소파로 와서 유미의 옆에 앉았다.

 

유미가 빈 잔을 채웠다.

 

두 사람이 다시 술잔을 부딪치며 말없이 마셨다.

 

동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번 미술관 재개관은 정말 애썼어. 멋지게 잘 해냈어.”

“고마워요.”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그날 너무 정신이 없었어.”

“그랬겠죠. 어련하셨겠어요.”

유미는 그날 밤 강애리와 함께 했을 동진의 행각을 생각하고 비꼬았다.

“아버지가 워낙 강짜시다 보니까. 우리 집 분위기가 그래.”

유미의 비꼬는 말에 동진은 윤 회장 핑계를 댔다.

“대충은 눈치 채고 있었지만, 역시 당신은 회장님 꼭두각시더군요.”

“뭐 그렇게까지야….”

“뭐 회장님이 짝을 맞춰 주신 대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더군요.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도 잘 어울리더라구요.”

“무슨 소리야?”

“시침 떼지 말아요. 귀신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여요.

 

애리인지 오리인지 그 여자 말이에요.”

“아, 강애리, 그 여자는 아버지 절친의 딸이야.

 

그 부친이 오래전부터 아버지 사업의 금융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

“아버지끼리 파트너면 자식들도 파트너가 되는가 보죠?

 

그래 짝짓기는 잘 했어요? 그 집오리랑?”

 

“집오리?”

“걘 강에 나가 노는 강오리는 못 되겠던데….”

동진이 풋, 하고 웃으며 수긍했다.

“으음. 좀 그렇지?”

“그냥 돈 있는 집의 귀염받이로 커서 꾸밀 줄이나 아는 된장녀지 뭐.

 

아니 집오리도 아냐. 남편 골만 파먹을 탐관오리지.”

“탐관오리? 아싸! 가오리, 아니고? 무남독녀에 재산도 많은데?”

“근데 명줄이 짧아야지.”

“ㅋㅋㅋ….”

동진이 술에 취했는지 쿡쿡 웃으며 유미의 옆구리를 찔렀다.

“오유미가 질투하니까 웃긴다.”

“그럼 당신도 하는 질투, 여자인 내가 못할까봐?

 

특히 상상력과 감성이 뛰어난 이 오유미가?”

“그래. 오유미는 뛰어난 여자지.”

스트레이트로 넉 잔을 연거푸 마신 동진이 취기가 오르는지 발개진 얼굴로

 

오유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말해 봐요. 그날 탐관오리랑 짝짓기 했어요, 안 했어요?

 

이자 더 붙기 전에 바른대로 말해요.”

“이자는 뭐야?”

“내 뺨 두 대 때린 거 기억 안나요?”

“아, 그거….”

“오프닝 행사 끝나고 나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요?

 

당신은 내게 따스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 여자랑 사라졌어요.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 눈에 훤해요.

 

둘이 함께 차를 타고 나가 그날 밤 잤죠?”

동진이 찔끔, 놀라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데 당신 무슨 신통력 같은 거 있어?”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4)좁은문-17  (0) 2015.04.02
(223)좁은문-16   (0) 2015.04.02
(221)좁은문-14   (0) 2015.04.02
(220)좁은문-13   (0) 2015.04.02
(219)좁은문-12   (0)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