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좁은문-12
“당신 정말 나쁜 여자야. 사나이 멀쩡한 가슴에 마구 불을 지르고.”
수익이 거칠게 숨을 쉬며 다시 달려들었다.
“그래, 오유미. 뜨거운 맛 좀 봐라. 간다.”
두 몸이 다시 점화되어 뜨겁게 타올랐다.
한쪽 벽에 붙여놓은 거울에는 땀으로 반들거리는 두 알몸이 기름이 자르르한
통닭구이처럼 포개져 돌아가고 있는 게 보였다.
‘백인백섹’이라고, 백 사람과의 섹스는 백가지 맛이 있다.
유미는 고수익의 몸을 온 감각을 동원해서 맛보고 탐닉했다.
마침내 고수익이 떨어져나가 침대에 나동그라졌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파. 돼지도 이렇게 굶고는 못할 거야.”
그러고 보니 돼지처럼 푸지게 먹고 마시자고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너무도 두 몸이 고픈 나머지 저녁 먹는 것도 잊고 벌써 세 시간째 서로의 알몸만 핥고 있었다니.
“어머, 벌써 10시가 훨씬 넘었네. 우리 나가서 뭐 요기 좀 해요.”
“식당은 다 문 닫았을 텐데….”
“그럼 술이나 마실까요?”
“난 빈 속에 술은 안 마시는데… 밥을 먹어야죠.”
“뭐 24시간 해장국집 같은 데 갈까?”
“유미씨가 해주는 밥을 먹어보고 싶은데 내 욕심이겠죠?”
“오늘은 너무 피곤해요.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할게요.”
“좋아요. 얼른 나가서 밥부터 먹어요. 나 쌍코피 터질 거 같아.”
유미와 수익은 시간도 아낄 겸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의 물줄기를 함께 맞으며 몸을 씻어냈다.
서로가 서로의 몸 곳곳을 비누칠해 주었다.
수익이 유미를 안고 다시 키스했다. 버둥거리는 두 마리 물고기처럼
매끄러운 몸뚱이를 놓칠 새라 두 사람은 다시 빈틈없이 몸을 포개어 포옹했다.
유미가 수익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얼마 전 사촌 수민이 방을 얻어 나간 집은 적막했다.
언제부턴가 몇 가지 이상한 일을 겪고는 집에 혼자 들어오기가 싫었다.
수민이더러 함께 살자고 제안해 봤으나 일터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양평 쪽으로 이사를 나갔다. 온몸이 녹작지근했다.
수익이 공격했던 몸 곳곳의 지점들이 기분 좋게 뻐근했다.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며칠 이어졌지만, 오늘만큼은 기분 좋게 잠들 것 같았다.
유미는 할랑할랑,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되었다.
침대에 길게 몸을 뻗어 기지개를 켜며 누웠다. 고수익을 떠올렸다.
눈을 감고 아까 모텔에서 그와 함께 했던 행위들을 하나씩 재생시켰다.
그의 몸을, 이제 살갗의 온 세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작 유미는 고수익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세 번 만난 남자.
그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둔 삼십대 초반의 남자.
그러나 그보다는 더 어린 박용준과 비교해보면 어딘지 고수익 쪽이 더 신비감이 느껴진다.
박용준처럼 껄떡대고, 똥인지 된장인지 들쑤시는 남자는 아닌 것 같다.
고수익은 처음에 컬렉션 운운하며 거들먹거렸지만,
이름처럼 수익이 높은 남자는 아닐 것이다.
남자들의 귀여운 허세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윤동진이 왕자라면 고수익은 평민일 것이다.
거지라면 또 어떤가. 왕자와 거지라… 후후…
참 다양하게도 남자를 만나는구나.
그러나저러나 윤동진은 오늘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어쩌면 오늘 밤이 디데이가 아닌지도 몰라.
강애리와 이미 그 전에 초야를 보냈는지도 모르지.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제 발이 저려서 내게 찾아와 닦달을 했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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