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20)좁은문-13

오늘의 쉼터 2015. 4. 2. 16:32

(220)좁은문-13 

 

 

 

 

 

 유미는 윤동진이 자신에게 정조를 운운하며 사진을 들이밀며 추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밤 고수익과의 일을 알면 그의 반응은 어떨까. 유미의 직감으로는 그가 강애리와도

 

화끈한 밤을 보낸 게 분명하니 피장파장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동진에게서 취하고 싶은 것은 그와의 섹스는 아닌 것 같다.

 

만약 유미가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다면 동진이 다른 여자와 기분전환 하는 것쯤은

 

눈감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자신 또한 가끔 기분전환을 해야겠지만.

 

유미가 원하는 건 섹스보다 달콤한 금력과 권력의 힘이 아닐까.

 

만약 가능하다면, 윤동진과 결혼하고 고수익을 애인으로 두면 환상적인 조합일 텐데….

어쨌건 유미에게 결혼은 성사시켜야 할 하나의 중대한 프로젝트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큰 관문인 윤 회장을 넘어야 한다.

 

어쩌면 동진에게 사진을 제공한 것도 그 늙은이일지 모른다.

 

그 노인네를 어떻게 요리한다? 아차하면 동진 대신 그 노인네를 꼬셔?

 

그래서 동진의 새어머니가 된다? 공주가 아니라 왕비가 되는 거지.

 

유미의 상상이 날개를 달고 비약했다. 뭐 상상은 자유니까….

 

유미는 상상의 나래를 타고 오랜만에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다음날 언론이나 매스컴의 반응을 분석해 보면 윤조미술관 재개관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유미는 일단 큰 짐을 벗은 듯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윤 회장 측이 전에도 전언했듯이 어쩌면 유미가 그 자리를 물러날 날이

 

더 다가오는 건지도 몰랐다.

 

윤 회장은 유미가 윤조미술관을 부흥시켜놓고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홀연히 사라져주기를 원했었다.

유미는 자신의 거취가 어찌될지 궁금했다.

 

얼마 전에 유미가 사표를 던졌을 때 동진 또한 일단은 유미가 맡은 재개관까지만이라도

 

책임을 다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조만간 동진에게서 공적인 연락이 있을 것이다.

 

일부러 유미는 전화를 하지 않고 있다.

 

과연 며칠 지나지 않아서 동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실 전화가 왔으나 유미가 받지 못했다.

 

퇴근 후에 고수익을 호텔 뷔페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지난번에 돼지처럼 먹자고 약속한 걸 못 지켰는데,

 

그 약속을 지키는 데는 호텔 뷔페가 최고라며 고수익이 추천했다.

 

고수익은 보기보다 식사량이 많았다.

 

어쩌면 그 식사의 다음 순서는 객실로 올라가야 할 것 같은 암묵적인 약속을

 

두 사람은 머릿속에서만 굴리고 있었다.

 

돼지처럼 먹고 돼지처럼 접붙이는 짐승스러운 일의 야비한 관능이 야릇한

 

기대와 생기를 주었다.

 

수익의 눈빛이 더 반들거리고 유미의 감각이 더 예민해졌다.

동진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를 발견한 것은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입술을 고쳐 그리고 난 후였다.

 

시간은 이미 아홉시. 객실로 옮겨야 할까…

 

그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열었다.

 

동진이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 받지 못하자 문자를 남겼다.

‘어디 있지? 오늘 밤 꼭 좀 보고 싶은데. 전화 줘.’

왜 하필 오늘 밤이야? 유미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왠지 중요한 일일 것 같았다.

“여보세요? 이사님?”

동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왜 그리 전화를 안 받아? 지금 어디 있어?”

“시내에서 식사하고 있었어요.”

“누구와?”

“초청 화가들과 호텔에서….”

“내가 그리로 들르지.”

“아뇨, 지금 식사 다 끝내고 헤어지려는 참이었어요.”

“오늘 밤 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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