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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9장 새 세상 [1]

오늘의 쉼터 2015. 4. 2. 00:40

<299>29장 새 세상 [1]

 

(596) 29장 새 세상 <1>

 

 

 

 

 

회의를 마친 다음 날 오전, 서동수와 김동일이 공항에서 바이든 일행을 배웅했다.

다른 곳 같았다면 수백 명의 기자와 카메라맨이 운집해 있겠지만 신의주는 다르다.

비공식 회담이기도 한 터라

철저히 통제를 해서 10여 명의 승인을 받은 언론사가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바이든을 배웅한 서동수와 김동일이 차로 달려간 곳은 신의주 남서쪽의 바닷가 지역이다.

광활한 대지 위에 공장이 건설되고 있었는데 연건평 20만 평과 40만 평짜리 2개의 공장이다.

공장 건설본부에 들어선 둘은 현장소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다.

서동수는 공장 현황에 익숙한지 소장의 보고에 이어서 김동일에게 보충 설명까지 해주었다.

공장 명은 ‘조선자동차’와 ‘조선항공’이다.

각각 30억 달러와 50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으로 신의주 남서부와 평안남도 지역까지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서 완공된다면 단숨에 세계 10대 자동차와 비행기 제작회사 안에 들 것이다. 완공 연도는 2년 후,

시제품 생산과 첫 상품 출시는 3년 후로 계획되었는데 이곳이 신의주지역에 투자된 최대 규모의

공장이다.

브리핑을 듣고 난 둘은 현장을 둘러보았다.

너무 넓어서 승용차로 현장을 달려야 한다.

 

“굉장합니다.”

 

김동일은 잠자코 브리핑을 듣기만 했는데 TV에서 보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차에 타고 나서야 김동일이 서동수에게 말한 것이다.

김동일의 두 눈이 흥분으로 번들거리고 있다.

 

“공장 규모가 대단하군요, 감동했습니다.”

“부지 면적으로는 세계 제1이니까 제2, 제3 공장도 건설할 수가 있지요.”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위원장께서 각별히 신경을 써주셔야 되겠습니다.”

“그래야지요.”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수시로 브리핑을 받겠습니다.”

 

‘조선자동차’, ‘조선항공’이 바로 김동일이 투자한 공장인 것이다.

지난번 서동수에게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한 후에 자동차와 비행기 제작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김동일의 사업 대리인은 서동수다.

서동수가 투자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사주는 김동일이다.

 

“조선자동차가 세계 각국의 도로를 달리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뜁니다.”

창밖의 건설 현장을 보면서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하늘에는 조선항공에서 만든 비행기가 날아가고 말입니다.”

“기업가는 회사 임직원을 먹여 살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지요.”

 

서동수가 거들었다.

 

“회사가 망하면 임직원인 가족까지 굶어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국가를 통치하는 것보다 더 현실감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머리를 끄덕이며 김동일이 말을 받았다.

 

“난 북남 연방이 성사되면 연방 대통령에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순간 숨을 죽인 서동수가 앞쪽을 보았다.

감히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일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권력욕이라는 것이 무서워요. 중독이 되면 놓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

“내 조부도, 내 부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두 분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요,

솔직히 두 분 아니었으면 조선은 망했으니까요.”

 

김동일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웃음 띤 얼굴이다.

 

“나는 젊어요, 아직 중독된 것 같지 않습니다.”

 

 

 

 

(597) 29장 새 세상 <2>

 

 

 

 

 

 

대통령 한대성은 문득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처럼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부통령 바이든과의 회담을 시작하기 직전에 떠오른 생각이다.

이곳은 청와대 대회의실, 정면에 앉은 바이든이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바이든은 일본과 신의주를 거쳐 이곳에 온 것인데 아베와 김동일을 차례로 면담했다.

신의주장관 서동수로부터 낱낱이 보고를 받은 터라 이쪽 준비는 다 해놓았다.

남북한이 연합하면 어떤 위력(威力)이 생기는지,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지금 한대성은 피부로 체험하는 중이다.

미국 측의 태도도 이제는 3개월 단위로 달라진다고 외교부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대마도 침공설까지 나도는데도 미국은 강경 모드로 가지 않는다.

전(前) 같으면 그렇지, 신의주가 없었을 때 같으면 한국은 고립되었을 것이다.

그때 바이든이 입을 열었다.

웃음 띤 얼굴이다.

 

“아베 총리한테 통보했습니다. 대마도 문제는 한·일 양국이 처리하라고 말씀입니다.”

 

그것은 동맹국 간의 분쟁엔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한대성이 웃음 띤 얼굴로 화답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혈맹입니다. 피로 맺어진 동맹국이죠…….”

 

한대성은 노련한 정치인이다.

할 말이 더 있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마지못한 듯 닫았는데

그 뒷말을 바이든도 이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은 아니죠. 바로 2차세계대전 때 진주만을 기습했고

수십 만 미군을 살상해서 피를 흘리게 한 적국 아닙니까?

지금은 난데없이 동맹국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바이든이 말을 이었다.

 

“김 위원장을 만났더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재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이었고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대통령께서도 적극 검토하시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깨를 편 한대성이 똑바로 바이든을 보았다.

심장박동이 거칠어졌지만 어금니를 악물고 참았다.

무언가 가슴에서 치밀어 올랐는데 잘못하면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옆에 앉은 외무장관 김경석은 숨을 참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에 점점 피가 몰려와 붉어지는 중이다.

그때 한대성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입을 열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은 물론 북한에서도 대마도 탈환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종전 직후처럼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대마도에 대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국무장관 헤이스가 대신 대답했다.

“한국 측의 요구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각하.”

그때 바이든이 결론을 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은 아시아 정책을 재고하겠습니다.

그동안 한·일 간의 대마도 분쟁 문제는 양국 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한대성은 바이든이 한·일 간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대마도를 점령하겠다고 나선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놔두겠단 말인가?

매사에 용의주도한 늙은 여우 바이든이 북한을 언급 안 하다니,

방금 김동일을 만나고 왔으면서. 한대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미국은 우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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