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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28장 조국 [10]

오늘의 쉼터 2015. 3. 28. 01:15

<298>28장 조국 [10]

 

(593) 28장 조국 <19>

 

 

 

 

“장관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장관실에 둘러 앉았을 때 바이든이 말했다.

참석자는 미국 측 셋, 신의주 측도 서동수와 특보 안종관, 비서실장 유병선 셋이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바이든이 빙그레 웃었다.

“남북한의 중심에 신의주가 있습니다.

신의주를 기반으로 남북한이 공존 상태로 진입했으며 그것은 곧 연방국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바이든이 말을 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 장관님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서동수가 따라 웃었다.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측이 긴장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은 110년 전인 1905년의 가쓰라-테프트 조약,

65년 전인 1950년의 애치슨 라인 발표 때와 대동소이합니다.

한 발짝도 발전되지 않았습니다.”

서동수의 목소리에 열기가 떠올랐다.

“미국은 그 대가로 1941년 진주만 침공을 받았으며

1950년 6·25전쟁을 발발시킨 계기를 만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수백 만의 미국인이 살상되었는데도 또다시 일본을 의지하고 있단 말입니까?”

바이든이 헤이스를, 헤이스가 우드를, 우드가 다시 바이든을 보았다.

그들이 역사를 모를 리가 없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미국이 또다시 일본에 의지하는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됩니다.

지금 일본은 미국의 등에 붙은 혹입니다.

일본 때문에 미국은 아시아에서 고립될 수 있습니다.”

“대안이 있습니까?”

불쑥 바이든이 묻자 서동수가 바로 대답했다.

“한국입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고 누군가의 목구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남북한 연방이 대안입니다.”

두 마디의 말로 결론을 내린 서동수가 입을 꾹 다물었다.

미국 측 대표 세 명 모두 서동수보다 학식이나 경륜 면에서 월등한 인간들이다.

그 의미를 모르겠는가? 이윽고 바이든이 입을 열었다.

“잘 알겠습니다, 장관님.”

헤이스와 우드는 거들지 않았다.

그러나 서동수의 시선을 받자 제각기 잘 들었다는 듯이 머리만 끄덕여 보였다.

김동일이 신의주에 도착했을 때는 다음날 오전 10시경이다.

이번에도 헬기 편으로 날아온 김동일이 헬기장에 마중나간 서동수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자주 오다 보니까 여기에 별장을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그러시지요.”

둘은 바로 호텔 헬기장에서 김동일의 숙소로 내려갔다.

숙소 회의실에 앉았을 때 김동일이 먼저 물었다.

“바이든이 뭐라고 하던가요?”

“제 입장을 물었습니다.”

서동수가 바이든과의 상담 내용을 말해주자 김동일이 활짝 웃었다.

“잘 하셨습니다.”

배석자가 여럿 있었기 때문에 김동일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제 생각하고 똑같습니다.”

“일본이 태평양을 독차지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동수가 부채질하듯 말했다.

자리적 여건으로 일본 뒤쪽은 태평양이다.

그것 때문에 미국이 아시아 대륙의 방파제 역할을 맡기다가 계속 뒤통수를 맞지 않았던가?

미국은 이제 등에 붙은 혹을 떼어내야 한다.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대마도도 꼭 찾아와야 됩니다.”

 

 

 

 

(594) 28장 조국 <20>

 

 

 

 

신의주 고려호텔 최상층인 27층의 프레지던트룸에서 조·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비공식이어서 언론사는 모이지 않았지만, 이미 세계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대표단은 통치자인 국방위원장 김동일과 호위총국 사령관 겸 국방위 부위원장 박영진,

그리고 외무상 이수용이다.

옵서버로 참석한 서동수는 특보 안종관과 둘이 ㄷ자형 테이블의 받침대 부분에 자리잡았다.

오후 2시,

인사를 마친 회의실 분위기는 부드럽다.

‘화기애애’라는 표현까지는 못 되어도 가끔 웃음소리도 들렸다.

바이든이 가벼운 농담을 했기 때문이다. 농담 상대는 서동수, 그래서 옵서버가 필요했던 것 같다.

조·미 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터라 겉은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던

김동일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이번 회담 주제는 당연히 ‘대마도’였으며 경직된 한반도와 일본 관계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윽고 바이든이 본론을 꺼내었다.

“위원장 각하, 대마도 문제는 한국이 꺼냈는데 북한이 도맡아버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과연 외교의 전문가답다. 부드럽고 간결하다.

요점만 물었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통역을 통했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었겠지만 김동일은 영어에 유창하다.

바이든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웃었다.

“대마도는 한국령이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하면 한반도 영토입니다.”

바이든이 웃음띤 얼굴로 다시 물었다.

“소문대로 대마도를 침공하시지는 않겠지요?”

“그런 말씀 드릴 수가 없는데요.”

“침공하시면 미군이 자동으로 참전하게 됩니다. 알고 계시지요?”

“그럼요.”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직 얼굴의 웃음기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중국군이 우릴 돕게 될 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뭐가 안타까우십니까?”

“일본이나 우리가 강대국 등에 업혀다니는 꼴이 말입니다.”

미리 준비를 했는지 김동일의 영어는 술술 이어졌다.

“특히 일본이 미국 등에 업혀서 노는 꼴이 가관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까?”

“미국은 1950년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받고 태평양 함대가 전멸했지요? 벌써 그것을 잊었습니까?”

바이든이 머리만 끄덕였을 때 이수용이 김동일에게 한국어로 낮게 말했다.

“위원장 동지, 1941년입니다.”

그때 박영진이 이수용을 꾸짖었다.

“동무, 닥치라우! 연도가 무시기 상관이야! 분위기 깨지 말고 가만 있어!”

그때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미국이 일본을 지원하면 아시아 대륙 전체를 적으로 삼는 것이나 같습니다.

하지만 한반도하고만 동맹관계를 유지하면 아시아의 균형이 잡힐 것입니다.”

말을 마친 김동일이 어깨를 펴고 바이든을 똑바로 보았다.

어느덧 얼굴의 웃음이 사라졌고 정색한 얼굴이다.

서동수는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감동한 것이다.

“잘 들었습니다.”

바이든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으므로 서동수가 시선을 들었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바이든이 김동일을 보았다.

“한반도라면 남북한 연방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예, 부통령 각하.”

김동일의 목소리가 이어 울렸다.

“남북한 연방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만 아시아가 평온해질 것입니다.”

 

 

 

 

(595) 28장 조국 <21>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바랍니다.”

바이든의 말은 원칙론이었지만 설득력이 있다. 오후 3시 반, 바이든이 회의를 마치면서 마지막 발언을 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이 혈맹이듯이 남북한 연방도 그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그것을 김동일이 모를 리가 없건만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만찬 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을 때 김동일이 숙소로 서동수를 불러들였다.

“어떻습니까?”

소파에 앉았을 때 김동일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방에는 둘뿐이다. 맑은 날씨여서 베란다 창밖으로 신의주의 전경이 내려다보였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다. 서동수가 탁자 위에 놓인 생수병을 들면서 대답했다.

“내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김동일이 활짝 웃었다.

“그건 형님이 은연중에 가르쳐주신 겁니다. 신의주와 남북한 연방의 나갈 길을 말씀입니다.”

눈을 크게 뜬 김동일의 목소리에 다시 열기가 더해졌다.

“이제 남북한 연방이 되면 한반도의 국력은 5000년간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에 부대껴온 때와는 달라지지 않습니까? 나는 그것을 바이든한테 알려주고 싶었던 겁니다.”

“바이든도 알아들었어요.”

“미국의 한반도 정책, 아니, 아시아 정책이 바뀌어야 됩니다.”

“그렇지요.”

“안 바꾸면 큰코다치지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대마도를 먹어도 일본놈들은 덤비지 못합니다.”

서동수가 대답 대신 숨을 들이켰다.

‘이것은 얼마 만에 듣는 소리인가?’하는 감동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만날 중국 대륙과 왜놈들로부터 침략과 정복을 당해오던 내 조국,

한반도의 지도자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아마 역사상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한 연방을 주무르려고 신의주에 적극 개입했지만 지금은 당황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요.”

“북조선을 조선성으로 삼으려는 생각도 해 보았겠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헤이룽장성, 지린성이 한반도에 흡수될까 걱정해야 될 겁니다.”

어깨를 부풀렸던 서동수가 다시 길게 숨을 뱉었다.

머릿속에 광개토대왕의 그림이 떠올랐고 왕관 밑의 얼굴이 바로 김동일이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김동일을 보았다.

“위원장동지, 대마도를 치실 겁니까?”

“그러자는 동무들이 많습니다.”

생수병을 들어 병째로 두 모금을 삼킨 김동일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하루면 점령한다는 것입니다.”

“…….”

“누워서 떡 먹기라는군요.”

물병을 내려놓은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만일 대마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면 아예 북조선군은 일본 본토를 점령해버릴 테니까요.

오늘 만찬 때 바이든한테 그 이야기도 해줘야겠습니다.”

“바, 바이든한테 말입니까?”

“예. 그러고 나서 미국하고 다시 동맹을 맺자고 말입니다.

그럼 되는 것 아닙니까? 더 강력한 동맹국이 되는 것이지요.”

미국 측에서는 오히려 그게 낫지 않을까? 서동수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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