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28장 조국 [9]
(591) 28장 조국 <17>
아베의 얼굴은 굳어져 있다.
옆에 앉은 관방장관 이케다, 외무상 나카무라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오전 10시 반, 테이블 앞쪽에는 미국 부통령 바이든과 국무장관 헤이스,
백악관 안보특보 제임스 우드가 앉아있다.
미·일 정상회담 격이다. 바이든이 오바마 대리로 온 것이다.
바이든은 요즘 동맹국인 한·일 관계 때문에 10년은 감수할 지경이다.
며칠 전 중국을 방문하고 나서 지금은 일본 지도부를 만나고 있다.
바이든은 1942년생이니 올해 74세, 29세 때 당시 미 의회에서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 후에
2008년까지 35년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다.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이 된 지도 6년, 산전수전 다 겪은 바이든의 얼굴도 지쳐 보였다.
바이든이 입을 열었다.
“요즘 북한의 대마도 침공설이 떠도는 것도 압니다.
CIA의 보고로는 이것도 북한의 공작이라고 하던데요.”
바이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아베를 보았다.
저커장을 만나고 나서 바이든은 국무성 관리들과 회의를 다섯 번이나 했다.
오바마도 참석한 대책회의를 세 번 했으며 바이든은 한·일 관계에 대한 역사학자의 증언도 들었다.
“미국 측의 입장을 말씀드리지요.”
바이든의 말에 일본 측은 긴장했다. 통역의 얼굴도 굳어져 있다.
“만일 한·일 간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한 바이든이 통역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이었다.
“중국도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아베가 바로 말을 받았으므로 바이든은 외면했다.
헤이스와 우드도 마찬가지다.
아베가 눈을 치켜떴다.
“일본은 단 1미터의 영토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며 침략자에게
천 배, 만 배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입니다.”
통역의 말이 끝났을 때 바이든이 옆에 앉은 헤이스를 보았다.
“이건 마치 북한 측의 성명 발표를 듣는 것 같군. 안 그래?”
“그렇군요.”
입맛을 다신 헤이스가 아베에게 말했다.
“총리각하, 전면전이 되면 안 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지요?”
통역의 말을 들은 아베의 어깨가 부풀려졌다.
“압니다, 헤이스 장관.”
“북한은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을 텐데요.”
“우리는 그 백 배, 천 배로 갚아줄 것이라고도 말씀드렸는데요.”
아베가 이 사이로 말했다.
“놈들의 공갈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는 공갈 같지가 않습니다.”
이번에는 안보특보 우드가 나섰다.
“우리가 개입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니, 일·미 동맹은 이럴 때를 위해서 체결된 것이 아닙니까?”
관방장관 이케다가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소리쳤다.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는데 방관하다니요? 그러면 앞으로 어느 국가가 미국을 믿겠습니까?”
“이건 경우가 다릅니다.”
헤이스가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미국이 극동방위선을 설정할 때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중국은 이미 태평양에 나왔고 남북한은 곧 연방이 되어서 강력한 힘을 보유하게 될 테니까요.”
그때 바이든이 결론을 말했다.
“우리는 남북한 연방과의 유대가 중요합니다.”
(592) 28장 조국 <18>
바이든의 행보(行步)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중국이 김동일 위원장을 방문한다는 발표를 내고 일정을 조정하는 사이에 신의주로 날아왔다.
아베를 만난 다음 날이다.
서동수는 공항까지 나가 바이든을 영접했다.
“하늘에서 보니 굉장하군요.”
곧장 행정청으로 달려가는 리무진 안에서 바이든이 말했다.
바이든이 웃음 띤 얼굴로 옆에 앉은 서동수를 보았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고 물러날 작정입니까?”
“그럼요, 모든 일엔 물러날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때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서동수가 영어로 대답하자 바이든이 활짝 웃었다.
리무진의 마주 보는 앞좌석에 앉은 헤이스와 우드도 따라 웃는다.
바이든이 머리를 끄덕였다.
“난 기회를 놓친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서 순발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쌓은 경험으로 순발력 부족을 충분히 만회하실 수 있을 겁니다.”
“김 위원장을 신의주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불쑥 물었던 바이든이 서동수의 시선을 받고 빙그레 웃었다.
“서 장관께서 초청하시면 김 위원장이 오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비공식이겠죠?”
서동수가 묻자 앞쪽의 헤이스와 우드까지 셋이 일제히 머리를 끄덕였다.
대답은 바이든이 했다.
“예, 하지만 중국은 물론 일본 측도 다 알겠지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테니까요.”
호흡을 고른 서동수가 바이든을 보았다.
이것은 북·미 정상회담이나 같은 것이다.
중·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촉각이 집중될 것이었다.
비공식이라고 했지만 정상회담이다.
이윽고 머리를 든 서동수가 바이든을 보았다.
“전해 드리지요. 그런데 회담 내용을 뭐라고 할까요?”
“최근의 대마도 사태.”
바이든이 먼저 말을 꺼내자 헤이스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전반적인 한·일 관계에 대해서 상의하고 싶습니다.”
“일본 입장도 들어야 됩니까?”
서동수가 묻자 이번에는 우드가 머리를 저었다.
“일본 입장은 듣고 왔습니다.
여기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일본 측과 다시 조정을 할 것입니다.”
그때 바이든이 헛기침을 하더니 결말을 맺는다.
“서 장관께서는 옵서버 자격으로 회담에 참석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러고는 바이든이 다시 웃었다.
“물론 저희와 먼저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말입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몇 분 동안의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제 소관 업무는 소신 있게 나서고 지휘를 따르는 것이다.
차가 신의주의 유흥구를 지나고 있다.
화려한 외관이 홍콩이나 상하이 같다.
밖을 내다보던 바이든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제가 요즘 한반도 역사 공부를 좀 했습니다.”
바이든이 서동수를 보았다. 이제는 정색하고 있다.
“수천 년간 중국과 일본에 침략과 정복을 당하기만 했던 역사더군요.
그런데도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차 안이 조용해졌고 바이든의 목소리가 이어 울렸다.
“남북 연방이 되면 이제 중국과 일본을 위협할 강국이 되겠지요.
그래서 견제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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