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28장 조국 [8]
(589) 28장 조국 <15>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아가씨들이 들어섰다.
이곳은 마담이 안내를 해주지 않고 저희끼리 들어온다.
방 안이 환해졌고 서동수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셋 다 미인이다.
“어, 잘 왔어.”
서동수가 앞에 나란히 선 셋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골라 앉아라.”
그러자 아가씨들이 피식피식 웃더니 거침없이 다가와 옆에 앉는다.
서동수의 옆에도 긴 생머리의 아가씨가 앉았다.
“장미나라고 합니다. 함흥에서 왔습니다.”
목소리가 맑고 서울 말씨를 쓴다.
언제부터인가 신의주에서 서울 말씨가 표준어가 되어 있었다.
잔에 물을 따르면서 아가씨가 말을 이었다.
“장관님 파트너가 되어서 영광입니다.”
“어? 알고 있었어?”
놀란 서동수가 묻자 아가씨가 이를 보이며 웃었다.
“그럼요. 방에 들어오기 전에 신체검사까지 받았는데요.”
“미안하구나.”
“천만에요.”
“내가 놀러 온 것이지 조사하려고 온 게 아니니까 걱정 마.”
“바깥에 있는 아저씨도 그러셨어요.”
“장미나라고 했니?”
“가명이구요. 본래 이름은 장순실입니다.”
“순실이가 좋다.”
서동수가 장순실의 허리를 당겨 앉았다.
부드러운 살집이 잡혔고 탄력이 느껴졌다.
장순실이 서동수에게 바짝 붙어 앉으면서 물었다.
“장관님, 일본하고 전쟁이 일어납니까?”
“누가 그러더냐?”
“가게나 아파트에도 소문이 났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우리 위원장께서 먼저 때린다는 소문이 났는데요.”
“그래?”
서동수가 이번에는 장순실의 스커트를 들치고 허벅지를 만졌다.
앞에 앉은 둘은 제각기 파트너와 이야기 중이었는데 이쪽으로는 시선이 오지 않는다.
이쪽에서 불이 나더라도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그거, 재미있는 소문이군. 어디, 네가 들은 대로 말해 봐라.”
“혹시 저 혼내시는 거 아니죠?”
“무슨 말을 해도 된다. 약속하지.”
“북한 특공대가 대마도에 기습 상륙해서 점령한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그럼 일본은 대마도를 탈환하려고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요.”
“그렇군.”
“놀라시지 않는 걸 보니까 그런가 보네.”
눈을 크게 뜬 장순실이 귀여웠으므로 서동수의 손길이 팬티 위를 더듬었다.
그때 장순실이 제 손으로 팬티를 끌어내리고는 다시 앉았다.
이제 음부가 다 드러났다.
다리까지 벌려서 만지기 좋은 자세가 되었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장순실의 골짜기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습기를 띤 골짜기가 꿈틀거렸다.
“그 소문 언제부터 난 거냐?”
“며칠 되었어요. 그리고……”
“말해 봐.”
“남조선 정부하고 공동작전이라는군요.
남조선이 은밀하게 뒤에서 지원해 주고 있답니다.”
“그 소문, 사람들이 믿는 것 같아?”
“믿는 것 같아요.”
골짜기가 더 축축해졌고 장순실은 하반신을 비틀었다.
숨소리도 가빠졌지만 장순실은 말을 이었다.
“남자들은 한번 전쟁이 일어나면 좋겠다고도 해요.
특히 북조선 남자들은 그래요. 전쟁 연습만 오래 해왔거든요.”
히데요시가 남는 군사를 조선 침략용으로 썼다고 했던가?
(590) 28장 조국 <16>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대통령 한대성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한대성이 머리까지 저으면서 앞에 앉은 국정원장 박기출을 보았다.
“우리가 북한의 대마도 습격을 돕는다니. 아니, 북한의 대마도 공격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예, 그렇습니다.”
일단 긍정을 해놓고 박기출이 머리를 들어 한대성을 보았다.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안이다.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은 셋, 한대성과 박기출, 비서실장 양용식이다.
“대통령님, 신의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퍼진 루머가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한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곧 언론도 떠들 텐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될 것 같습니다.”
박기출이 말을 이었다.
“이미 일본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문이 시작된 것 같습니까?”
눈을 가늘게 뜬 한대성이 묻자 박기출이 머리를 기울였다.
“추적하고 있습니다. 신의주에서 시작된 것은 분명합니다만,
방법이 교묘해서 파악이 어렵습니다.”
잠시 방 안에 정적이 덮였다.
셋 다 보통의 머리 수준이 아니다.
그 배경과 결과를 지금 맹렬히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대마도 점령이 가능할까?”
같은 시간, 베이징의 총리 집무실 안이다.
총리 저커장이 외교부장 우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말투가 시를 읊는 것 같다. 얼굴에도 웃음기가 띄워져 있었는데
지금 신의주의 소문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정보부, 해방군 측 보고를 들으면 중구난방이야.
누구는 가능하다고 하고 또 누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니.”
우린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저커장이 정말로 궁금해서 물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교부장 정도의 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면 나름대로 처세의 달인이 되어 있다.
이런 경우 함부로 입을 열면 손해가 날 뿐이라는 것을 안다.
저커장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자, 그 소문이 한국에까지 다 퍼졌다니 일본이 긴장 안 할 수가 없겠지.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
“더구나 상대는 북한이야. 언제 튀어나올지를 아직도 예측할 수 없는 존재지.
자, 외교부장의 의견을 듣지.”
우린을 향한 저커장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혔다.
“북한이 대마도를 침공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우린이 바로 대답했고 저커장도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묻는다.
“한·일 간 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안 일어납니다.”
“왜 그렇지?”
“중국과 미국이 적극 개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마도는 한국령이 될 것인가?”
“될 것입니다.”
“침략,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대한 제재는?”
“핵포기로 상쇄시킬 것입니다.”
그러고는 우린이 덧붙였다.
“북한이 그렇게 공언했으니까요.”
“으음.”
저커장의 꾹 다문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그렇다면 이 소문은 북한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이군.”
“그렇습니다. 일본에 너희들의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는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등에 업혀 왔지만, 상황이 터졌을 때를 미리 상상해 보라는 고차원적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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