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13)좁은문-6

오늘의 쉼터 2015. 4. 2. 00:20

(213)좁은문-6

 

 

 

 

 “정말요? 왜요?”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외로운 날이거든요.

 

화려한 시간 뒤에 남겨진 허전해할 유미씨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오오, 이 남자 타이밍을 아는 남자구나. 유미는 갑자기 온 마음이 따스해졌다.

“위로라면?”

“밥도 좋고 술도 좋고. 유미씨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드리죠.”

“제가 거절한다면?”

“그럼 할 수 없죠. 그럼 지하철 역까지만 절 태워 주세요.”

유미는 킥 웃음을 터트리며 아이 달래듯 말했다.

“수익씨는 참 착해요. 타세요.”

고수익이 얼른 옆 자리에 탔다.

“차 좋네요.”

“차 팔까 봐요. 돼지발에 진주예요.”

“이렇게 이쁜 돼지도 있어요?

 

참 이건 갑자기 생각나서 그러는데 돼지란 동물이 사실 되게 깨끗하답니다.

 

그리고 오르가슴 느끼는 시간도 제일 길대요. 한 30분 정도 된다든가…?”

“정말요? 돼지는 좋겠다.”

유미가 깔깔 웃었다.

“사실 지금 기분이 별로였어요.”

“그럼 오늘 우리 돼지처럼 푸지게 먹고 마시고 기분 전환 할래요?”

“그럴까요? 에라, 모르겠다. 저 암퇘지 할까요?”

“암퇘지, 행복한 줄 아세요. 오르가슴이 길다잖아요.”

두 사람은 깔깔 웃었다.

 

기분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퇘지 하기 나름 아닌감?”

“저 보기보다 저돌적입니다.

 

저돌적(?突的)이라는 말의 어원이 돼지 저(?)에서 나온 거 거든요.”

“나 저돌적인 거 정말 좋아하는데…수익씨는 아는 것도 많네요. 전공이 뭐예요?”

 

 

“그런 거야 상식이죠, 뭐. 전공해야 아나요? 제 전공이 뭐 같아요?”

“글쎄… 왠지 인문학 쪽일 거 같아. 의외로.”

“의외로?”

“네. 수익씨는 의외의 면이 있어요.

 

그래서 무언가 발견하는 묘미가 있을 거 같아. 미스터리하다는 얘기지.”

“그런가요?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주 평범한 듯한데 독특한 뭔가가 있어. 보험회사 다니는 게 어울리진 않았어요.”

“그래서 때려쳤잖아요.”

“전공이 문학이나 철학 쪽 아니에요?

 

무언가 영혼의 세계에 관심 있을 거 같아. 말하자면 무당과지.”

“정말 족집게다. 국문학 전공했어요. 아닌 게 아니라 그런데 관심 있어요.

 

나이 들어서는 명리학이나 주역공부를 해볼까 해요.”

“정말? 나 그냥 넘겨짚은 건데….”

“같이 간판 걸래요? 총각무당과 처녀보살….”

“그럴까…? 그럼 나에 대해서도 무당의 감각으로 무언가 느껴져요?”

“그럼요. 그래서 이렇게 끌렸잖아요. 당신에게도 독특한 기운이 있어요.

 

내면에서 풍겨오는 어떤 느낌이….”

“이뻐서가 아니라?”

“물론 그것도 그렇지만, 당신을 보는 순간 당신의 과거가 훤히 보이는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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