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좁은문-2
그동안 윤조미술관은 윤 회장의 죽은 부인과 며느리로 내려오는 세습경영 시스템이었다.
동진의 이혼한 전처가 잠깐 운영했으나 제대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이제 유미가 부활시킨 미술관은 YB가(家)에는 그런 암묵적인 패밀리적 의미가 있는 거다.
며느리가 운영하는 전통을 유미가 이을 것인가.
윤 회장은 그걸 용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 오프닝 식장에는 윤 회장이 참석할 것이다.
유미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그의 성마른 몰골이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다.
개관식 날이 되었다.
유미는 이날 옷을 어떻게 입을까 고민했다.
어쩌면 미래의 YB가 여자로서 우아하게 드레스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실무자로서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인가.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너무 오버하는 것보다는 본분에 일단은 충실한 게 낫다.
매스컴과 실무진, 화가들, 그리고 초청 인사들이 속속 입장했다.
개관식은 미술관 대형 전시실에서 열리며 로비에서는 특급호텔에서 케이터링한 음식으로
준비한 파티가 열린다.
유미와 용준은 식장 앞에서 손님들을 맞았다.
“야, 이건 뭐 대관식이 따로 없네. 로열 패밀리들이 다 모이는 거 같네요.
와아! 저기! S그룹의 회장님, 저긴 H그룹의 회장님,
또 저긴 L그룹의 장녀…. 저 여자 실물이 훨씬 낫네.”
박용준이 흥분에 겨워 속삭였다.
“눈알 굴리는 소리 난다. 점잖게 있어.”
“앗! 우리 왕회장님 납신다. 그리고 로열 프린스도.”
정장을 차려입은 윤 회장이 윤동진과 아마도 그의 형이라 짐작되는 맏아들을 거느리고
식장으로 들어섰다. 듣기로 윤 회장은 아들만 둘을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뒤를 맏며느리인 듯한 여자와 또 한 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
두 여자는 꽤 사이가 좋아 보였다.
저 여자는 누구일까?
유미는 본능적으로 그 여자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꼈다.
여자는 유미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어린 나이지만 꽤 부티 나는 패션과 피부를 지니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관리를 잘 받고 있는 특수신분처럼 보인다.
유미는 동진의 얼굴을 슬쩍 일별했으나 그는 유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윤 회장이 들어서다 유미를 보고 잠깐 멈춰 섰다. 유미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자네, 수고했네. 시작은 이리 창대한데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겠지?”
“예, 회장님.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용머리, 뱀꼬리는 싫어해. 지켜봐야겠지만.”
재수 없는 노인네. 수고했네, 까지만 하지.
참 이렇게 복장 긁는 말도 때를 가려 잘하지. 유미는 잠깐 머쓱했다.
그걸 보고 YB투자 사장인 동진의 형이 격려의 말을 던졌다.
“고생 많았어요. 반응이 아주 좋은 거 같더군요.”
“감사합니다.”
그때 갑자기 윤 회장이 동진의 뒤에 섰던 여자에게 유미를 소개했다.
“참, 애리야, 이번 재개관전 준비한 오유미 실장이다.”
여자가 유미를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보조개가 아주 애교스럽다.
“안녕하세요? 축하해요. 참 미인이시네요.”
“감사합니다. 미인의 입에서 그 소리를 들으니 더욱 기쁩니다.”
여자는 그 말에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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