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숨은 그림 찾기-14
미술관으로 다시 돌아온 유미는 일주일 앞으로 닥쳐온 재개관 날짜에 맞춰 바삐 움직여야 했다.
미술관은 일종의 공익 문화 사업이기도 했지만 대기업의 입장에선 이미지 혁신에 지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언론에 보낼 홍보자료는 물론 문화계 인사의 초청,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고객관리다.
그건 또한 유미라는 1인기업의 이윤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향후 투자를 위해 작품을 사줄 능력 있는 고객들을 집중관리하고 우아하게 마케팅하는 게
중요하다.
“와우, VIP 명단엔 맨 재벌 사모님들과 그들의 측근들이네요.”
송민정과 초청장 발송 업무를 하던 용준이 흥분했다.
재개관 날은 왕회장인 윤 회장도 참석한다고 한다.
살아있을 때 좀 잘 하지. 윤조미술관은 작고한 조 여사에게 바치는 타지마할 궁전 같은 것이다.
당연히 개관식에는 VVIP들, 윤 회장과 친분이 있는 재계의 거물들도 꽤 참석할 것이다.
초청한 해외작가들의 숙소 예약 확인과 개관식 이벤트 행사업체, 외식업체, 표구점….
체크할 일이 끝도 없었다.
담배 한 대 피울 짬도 오줌 눌 틈도 없었다.
그때 알바생이 유미의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누가 찾아 오셨어요.”
“누가?”
“남자 분인데…. 이름이 웃기는 게 좀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해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이름이 뭐길래?”
“고수익이래요.”
“고수익?”
아! 인사동 그 사람!
일이 바빠서 돌려보낼까 하다가 지난번에 초청장을 꼭 보내겠노라고 약속한 게 생각났다.
초청장이 인쇄되어 나왔으니 이왕 온 김에 직접 주면 될 것이다.
그도 잠재적인 고객일 테니….
“들어오시라고 해.”
고수익이 캐주얼한 옷차림에 ‘샤방샤방한’ 눈웃음을 달고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저 잊지 않으셨죠?”
“아니, 연락도 없이 웬일이세요?”
“참, 연락처를 안 가르쳐 주시니까 이렇게 쳐들어오죠.”
“보기보다 무례하네요.”
“제가 보기보다 터프한 데가 있죠.”
“네. 그런데 오늘 일 안 하셨어요?
옷차림이 무슨 메트로섹슈얼풍도 아니고…. 한패션 하시네요.”
“제가 얘기했죠. 회사 그만둘 거라고. 때려쳤어요.”
“정말요? 그럼 뭐 해요?”
“당분간 슬슬 놀려구요. 그래서 이렇게 오유미씨도 찾아왔잖아요.”
“사실 지금 너무 바빠요.”
“그렇겠어요. 곧 오프닝이라면서요.”
“제가 초청장 보내드린다고 약속했죠? 직접 드릴게요. 개관전에 꼭 오세요.”
“그러죠.”
“참, 컬렉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유미가 지나는 말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오늘은 시간 내기 그렇죠?”
“당분간 힘들죠.”
“좋아요. 휴대폰 번호 따내고 싶은데…. 아니면 매일 찾아올 거예요.”
“명함 있으니까 오늘 밤 제가 전화할게요.”
“꼭입니다!”
문 앞에서 고수익과 헤어지고 돌아서는데 용준이 다가와 물었다.
“저 얍삽한 남자는 누굽니까?”
“잠재적인 고객.”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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