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03)숨은 그림 찾기-12

오늘의 쉼터 2015. 3. 31. 14:36

(203)숨은 그림 찾기-12 

 

 

 

 

 

“오인숙 씨입니다.”

“오인숙? 아, 아닌데. 남자에게 첫사랑은 영원해요.

 

그건 국화빵틀이나 마찬가지지.

 

수많은 여자를 만난다 해도 첫사랑의 원형이 무한반복 되는 거지.

 

거기서 못 벗어나. 국화빵 봐요.

 

앙꼬가 좀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가고의 차이지, 빵 모양은 똑같잖아.”

“그러고 보니 사모님이랑 오 선생이 왠지 이미지가 비슷하네요.”

“그런가?”

“예, 사모님도 미인이시죠.”

“뭐 이제 한물갔지. 오 선생, 기회 되면 우리 회사에서 정식으로 함께 일해 봅시다. 허허….”

이사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유미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저도 정말 그러기를 바랍니다.”

유미도 술을 받아 마시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일석이조지요.”

“오 선생 이미지라면 글로벌하고 아름답고 자신감 있는 우리 학교 이미지와도 부합되고 말이야.

 

오 선생을 모델로 홍보광고를 찍어도 딱이겠는 걸.”

술이 오른 두 남자가 마치 유미가 그 대학의 정식 교수로 채용이라도 된 듯 떠들었다.

 

잠시 김 교수가 화장실을 가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사장이 유미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렇게 얼굴도 텄으니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따로 한번 봅시다.”

그러며 그가 학교의 직함 명함을 꺼내 개인 휴대폰 번호를 따로 적어 주었다.

“이거 핫라인인데…. 오 선생 것도 따로 줘 봐요.”

유미가 미술관 명함을 주려다가, 오늘 사표를 냈다는 생각이 났다.

“휴대폰 주세요. 제가 찍어 저장해 드릴게요.”

유미가 자신의 번호를 그의 휴대폰에 찍어 저장해주었다.

 

“국화라고 저장했어요.”

“국화? 국화꽃 좋아해요? 돌아온 내 누님 같이 처연한 꽃인데 안 어울려.”

“국화빵의 국화요.”

“아아, 그래. 허허허….”

이사장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김 교수가 들어왔다.

“오늘 이사장님 기분도 좋고 하니 2차 갈까요?”

그런데 의외로 이사장이 손을 저었다.

“아니야. 오늘은 여기까지가 딱 좋아. 나 매너 괜찮은 놈이오.

 

첫날부터 숙녀에게 너무 결례하면 안 되지. 늙은이들이 주책 맞게.”

“하여간 우리 이사장님 매너는 못 따라간다니까.”

“저도 오늘 즐거웠습니다.”

“기사가 있는데 집까지 태워 드릴까?”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김 교수 당신은 내 차 타고 가지.”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과 헤어지고 유미는 커피숍에 들어가 냉커피를 한 잔 주문해 마셨다.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술이 좀 깨야 했다.

 

오늘 두 남자의 반응을 보면 교수자리는 따 놓은 당상인 거 같다.

 

하지만 이 동네의 일은 뚜껑을 열어보아야 한다.

 

자칭 매너남 배명복 이사장의 핫라인에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르지만….

 

점잖은 사람들이라고는 하나 결국 발톱을 가리고 있는 수컷일 뿐이다.

 

배명복 앞에서 비위를 맞추던 김 교수는 힘 없고 약한 수컷의 모습을 보였다.

 

그게 씁쓸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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