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02)숨은 그림 찾기-11

오늘의 쉼터 2015. 3. 31. 14:35

(202)숨은 그림 찾기-11 

 

 

 

 

 

지완과 시간을 보내고 유미는 저녁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일어섰다.

 

김 교수, 이사장과의 약속이 잡혀있는 시내의 호텔로 가기 위해서였다.

 

일식당에 도착해서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니 두 사람이 미리 와 있었다.

 

이사장은 머리가 시원스레 벗겨지고 혈색이 좋은 60대의 남자였다.

 

머리칼만 좀 없을 뿐이지 두상도 서양인처럼 보기 좋고 군살도 붙지 않아 건강해보였다.

 

두 사람 모두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유미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이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미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오유미입니다.”

“나 배명복이오. 갑자기 불러낸 것 같아 미안해요.

 

그래도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서 달려와 주니 고마워요.”

이사장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다.

“아이고, 우리 이사장님께서 부르시니까 열 일 제치고 나오신 겁니다.

 

오유미 선생이 워낙 유능한 분이라…. 사실 아까 필드에서 골프 치는 중에 전화한 거예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사장님과 갑자기 의기투합했지 뭐예요.”

김 교수가 거들었다.

 

예약한 자연산 활어회가 나오고 질 좋은 사케를 반주로 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운동을 아주 좋아해요. 전에 등산 갈 때 김 교수가 한번 부르겠다고 하더니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네. 골프 좋아해요?”

이사장이 웃으며 물었다.

“아뇨, 못해요. 운동이라면 소질도 시간도 없어서 잘 못합니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몸 관리가 잘 되어 있어요?”

그가 그 말을 하면서 스캔하듯 유미를 쭉 훑었다.

 

김 교수가 또 거들었다.

“워낙 타고난 거죠, 뭐. 타고난 거엔 못 당하잖아요.

 

우리가 교육자지만, 사실 재능이나 능력은 교육으론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미대에 있어보면 타고난 것이 무섭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되죠.”

 

“그건 그래요. 하지만 관리나 노력도 중요하지. 나 봐요.

 

이렇게 운동하고 다이어트 안하면 금방 살찐다니까.

 

한 5년 전에 독하게 20킬로 빼고 이걸 유지하느라 고생이라오.

 

다이어트, 이런 거도 안 해요?”

굳이 다이어트라면 섹스 다이어트라고나 할까요.

 

유미는 속으로 이 말을 삼키면서 대답했다.

“예, 아직….”

“거 참! 부럽네.”

“오유미 선생은 강의도 강의지만 학생들에게도 워낙 인기가 좋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잖아요.”

“예, 맞는 말입니다요. 요즘 같은 이미지 시대에는 더 그렇죠.”

60대 남자 둘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편치 않았다.

 

첫만남이라 체면도 차리고 공통 화제도 없어서 대화는 시시껄렁하게 이어졌다.

 

그런데 사케가 몇 순배 돌자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이사장이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요. 내가 사담 한마디 하리다. 오유미 선생, 처음 보고 깜짝 놀랐어요.”

“것 보세요. 제가 대단한 미인이라 그랬잖아요.”

“김 교수, 그건 두 말 하면 잔소리고. 내 첫사랑이랑 너무 똑같은 거야.

 

그래서 가슴이 막 설레더라구. 몸매하며 얼굴 생김하며….”

이사장이 끈적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유미를 스캔했다.

“어이쿠, 큰일 났다. 오선생, 이사장님 마음을 훔쳐갔으니 책임 져야지.”

김 교수가 장단을 맞추자 이사장이 물었다.

“혹시 엄마 이름이 어떻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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