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00)숨은 그림 찾기-9

오늘의 쉼터 2015. 3. 31. 14:31

(200)숨은 그림 찾기-9 

 

 

 

 

 

“그래. 들은 적 있다. 워낙 고우시니까.“

“어머, 언제 보셨나요?”

“네 결혼식에 간 적 있잖냐. 지완이랑 갔었잖아.”

“아 참, 그랬지.”

유미는 임신 5개월에 결혼했다.

 

손이 귀한 집인 효수네 집과 유미의 엄마가 결혼을 서둘렀다.

 

결혼식은 가까운 사람만 불러 조촐하게 치렀다.

 

지완에게는 물론 청첩장을 보냈다.

 

아마도 유 의원도 함께 왔던 모양이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식에만 참석하고 금방 가버렸던 것 같았다.

 

당시 결혼식장에 유미를 데리고 들어갈 사람으로 이모부와 조두식을 놓고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조두식의 팔짱을 끼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유 의원이 조두식에게 악수를 하는 장면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것도 같다.

 

어쩌면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래, 재혼은 안 하니?”

“한 번 해 봤으면 됐죠.

 

자립할 수 있으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은 거 같아요.

 

엄마 세대와는 다르니까요.”

“그래, 지완이 문제도 걱정이다.”

“지완이는 좀 다른 거 같아요.

 

튼튼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고 아이들도 둘이나 있고,

 

무엇보다 인규씨를 다시 일어서게 할 사람은 지완이밖에 없어요.”

유미는 불안정한 인규가 지완의 품 안에서라도 보호를 받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게 허약해진 인규가 자포자기하여 어떤 행동을 할지 몰랐다.

“인규 그놈이 중심을 못 잡고 저러니… 바보 같은 놈.”

유 의원에게 지완이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고 있나 보다.

 

그렇다고 유미가 지완이 바람났다고 꼰지를 수도 없는 처지다.

“인규씨가 그 사고 때문에… 참 안됐어요.

 

따로 조사해 보신다더니 배후에 뭔가 있는지 나왔나요?”

 

유 의원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뭔가 미심쩍은 게 있긴 있어. 다만 아직 내 사람이니까 그쯤에서 더 벌이지 않았다.”

유 의원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래, 요즘은 힘든 일 없니? 내가 도울 일이라도?”

“아이, 제가 뭐 고학생도 아니고 요즘은 저도 제 앞가림할 돈 있어요.

 

예전엔 돈이 너무 없어서 힘들었죠.

 

유학 갈 때도 어떤 독지가가 돈을 대줬으니 그렇지,

 

그때 유학 안 갔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서 저 죽었어요.”

“네가 인복이 있는 게지. 세상에 그런 독지가를 만나는 게 어디 쉽니? 그 사람이 누구냐?”

“저도 알고 싶은데 알 수가 없어요.”

유미는 세상을 떠나거나 한국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몰려있던 힘든 시절에

 

유학을 떠날 수 있게 해준 익명의 독지가가 누군지 지금껏 모른다.

 

그 독지가와의 사이에 이유진의 존재가 매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유진은 그 독지가를 대신해서 유미에게 유학을 알선해주고 도와줬던

 

대리인 격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유진이 갑자기 죽게 되었기 때문에 독지가의 존재도 물어볼 기회를 영영 잃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유미를 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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