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4
조두식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네가 내 마누라냐? 느이 엄마도 나한테 그런 거 물은 적 없다.
이 조두식, 바람처럼 거칠 것 없이 살지만 너한테 폐는 안 끼치려고 한다. 돈은 갚을 거다.”
“그리고 수민 언니를 찾아가서 제 거취를 물어보셨다면서요? 저한테 할 말 있다고….”
“그래서 우리 만났잖냐.”
“그런 대답 말고요. 제게 할 말이 뭐죠?”
유미가 고개를 돌려 조두식의 선글라스 안쪽을 응시했다.
“모든 게 지나침이 모자람보다는 못하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넘치면 독이 되는 법.
어쨌든 독을 잘 쓰면 명약이 되는 법. 그걸 명심하라고.”
“그러니까 그런 선문답 같은 말이 뭐냐고요.
직접적으로 얘길 해주셔야죠.”
“글쎄, 너무 알려고 하지 말라니까.
넌 영리하니까 오래지 않아 그 뜻을 알거다.
한 가지 충고는, 윤동진하고 결혼을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
그냥 두 부자를 잘 갖고 놀면 떡고물이 떨어진다.”
“아이, 참 답답해.”
“흐흐흐 답답해도 어쩌냐. 인생이 맘대로 안 되는 걸.”
“그게 아니고 무슨 말인지… 아저씨가 절 갖고 노는 거 같아 그렇죠.”
“나? 너 갖고 안 놀아. 군침이야 돌지만 이크,
잘못했다간 온전한 한쪽 귀도 뜯길라고? 흐흐흐… 준비해온 거나 꺼내.”
유미는 왠지 그에게 주려고 갖고 온 수표를 꺼내기가 싫었다.
잠깐 뜸을 들이다 물었다.
“참, 아저씨 혈액형은 뭐예요?”
“나? 그건 왜 물어? B형이다. 남자 B형은 바람둥이라 여자들이 싫어한다며?”
“엄마의 유품을 찾았어요. 혹시 아저씨는 제 아버지가 누군지 아세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씨에다 이름표 달고 심는 것도 아니고.”
“짐작 가는 사람도 없어요?”
“부산 사람은 아니다. 네 엄마가 그랬다.
나 그런 거 관심 없어. 그냥 인간, 아니 여자 오인숙과 살면 됐지.
지나간 일을 뭘 따져. 너야 답답하겠지만.”
유미는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냈다.
“제가 풍족해서 드리는 건 아니에요.”
“안다.”
“아저씨를 미워했지만 저도 나이 들어가니 엄마의 남자로 엄마 죽고 나서도
저와 이렇게 인연을 이어나가는 게 묘하다 싶어요.
제가 혹시 만에 하나 아주 힘든 일이 있으면 한번쯤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죠?
이 꼴난 푼돈 드리면서 조건을 다는 게 아니라,
가끔 이 세상에 뼈저리게 혼자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럼. 너가 누구냐. 딸 같은 애 아니냐.”
유미가 봉투를 꺼내 건네자 조두식이 얼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볼일을 다 본 그가 차에서 내릴 줄 알았더니 그대로 유미에게 말했다.
“나, 서울역에 좀 내려다고.”
“서울역에요?”
주민등록 말소라고 하더니 혹시 노숙자?
“집이 거기예요?”
“아니, 지방에 좀 내려가야겠어.”
“아, 예….”
유미는 할 수 없이 차를 빼서 주차장을 나가 서울역으로 차를 몰아갔다.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미행 계획이 어긋난 용준이 당황해서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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