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80)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2

오늘의 쉼터 2015. 3. 29. 23:27

(180)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2

 

 

 

 

 

“사무실에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나가 있어. 상황 봐서 내가 연락할게.”

유미는 용준을 내보내고 심호흡을 한두 차례 하고는 결심한 듯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혹시 그가 전화를 안 받을지도 몰랐다.

 

일단 전화를 받아야 미끼를 들이밀 수 있을 텐데…. 신호가 갔다.

 

한참이 지나 다행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유미예요. 전에 부탁하신 거 준비가 되었는데…. 한번 만나 뵙고 싶어요.

 

물론 그래도 되지만…. 정말 오랜만이잖아요. 정말 보고 싶어서 그래요.

 

오늘이나 내일 저녁 어떠세요? 오늘 저녁이 낫다고요. 여덟 시…. 거기, 좋아요.”

그와 약속이 잡혔다. 여덟 시. 그가 말한 약속 장소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L호텔 로비였다.

 

하필 사람이 많이 붐비는 시내의 호텔이람. 그러나 유미는 토를 달 수가 없었다.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약속을 얼른 잡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유미는 용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저녁 나와 함께 가자. 퇴근 후에 내 차로 와. 차에서 기다릴게.’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자 유미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좀 있으니 용준이 차로 왔다. 차에 타는 용준의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간밤에 어쩐지 꿈이 좋더라니. 우리, 어디로 가죠?”

“L호텔로 갈 거야.”

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준이 탄성을 질렀다.

“업그레이드! 아싸!”

그러나 유미가 차분하게 말했다.

“용준씨, 잘 들어. 일단 나가서 요 근처에서 빨리 간단히 저녁 요기하고 호텔로 갈 거야.”

“호텔에서 먹어요. 저녁은 제가 쏠게요.”

“오늘 저녁은 안 돼. 용준씨하고 나하고 호텔에 가는 건 맞아. 그런데 주차장까지야.”

 

“엥?”

“여덟 시 십오 분 전에 도착할 거야. 그리고 로비로 올라가는데 따로따로야.

 

그때부터는 나를 절대로 아는 척하면 안 돼.”

“무슨 말인지….”

“로비에서 나는 어떤 남자를 만날 거야.”

“아니, 그럼 저는?”

용준이 흥분했다.

“절 데리고 가서 다른 남자를 호텔에서 만난다 이거예요?”

“이건 미션이야. 잊었어? 용준씨의 임무.”

“임무?”

“그래, 맹세. 셰퍼드라며? 나와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신호를 주면

 

그 남자를 미행해 줘. 신호는 그 남자와 만나고 나서 헤어질 때 전화를 줄게.

 

어쩜 통화는 못할지도 몰라. 그냥 내 전화가 오면 그 사람 뒤를 밟으면 돼.

 

얼굴도 기억해 놓고. 앞으로도 미행하며 뒤를 캐야 할지 모르니까.”

“도대체 그 남자가 누군데요?”

“알아봐 달라고 했던 신원 미상의 남자.”

“네? 왜 그래야 하는데요?”

“고객의 비밀이야.”

“쳇! 알았어요. 하여간 남자관계 복잡하기는.”

“뭐라고?”

“아, 아니에요.”

“그 남자 보통 아니야.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잘할 수 있겠어?”

“잘해 봐야죠. 그 남자랑 객실에 올라가는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