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3
유미는 용준과 사무실 근처에서 냉면 한 그릇씩을 사 먹고는 호텔로 출발했다.
호텔은 백화점과 붙어 있어서 평일이라도 복잡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10분 전이 되자 유미와 용준은 따로 로비로 향했다.
두 사람은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8시가 넘어도 그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두드렸다.
“일찍 왔구나.”
그였다. 조두식. 밤인데도 고글형의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장발의 머리 위로 캡을 깊게 눌러 쓴
그의 모습은 언뜻 전성기가 지나간 늙은 로커처럼 보였다.
유미는 표정을 알 수 없는 그의 검은 안경 속을 들여다보며 인사를 했다.
“잘 지내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먹었다. 그런데 여기 너무 복잡하구나. 네 차로 가자꾸나.”
“차로요? 그냥 커피숍이나 지하 바에라도 갈까요?”
“그냥 조용한 차가 좋겠구나. 내가 요새 청력이 좀 약해졌나봐. 귀덮개가 없으니 그런가 봐.”
“설마요….”
귀덮개. 유미는 그 부분에 이르러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의 귀는 머리칼에 잘 가려져 있었다.
예전에 이 남자의 귀를 죽기 살기로 물어뜯긴 했으나 이렇게 그와 인연이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럼 그러죠, 뭐.”
이 교활하고 노회한 남자가 눈치를 챈 건 아닐까.
이 남자가 미행을 따돌리는 걸까.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용준이 있는 쪽을 슬쩍 일별했다.
용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 시계를 보다가 주위를 살피다가 했다.
그러면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이쪽을 흘끔 보았다.
조두식과 엘리베이터를 타자 한 남자가 안에 있었다.
용준이 뒤따라 들어왔다.
유미는 차를 세워 둔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유미는 조두식을 데리고 자신의 차로 걸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내린 용준도 마치 차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차 좋구나. 전에 얘기하던 거 준비는 해 왔니?”
“예. 반만 수표로 끊어 왔어요. 이거 드리기 전에 뭐 좀 여쭤 보고 싶어서요.”
“그래, 뭔데?”
“YB개발 윤 회장을 아시는 거 같던데요. 어떤 관계죠?”
“나야 네가 생각하는 거보다는 발이 넓지.
따지고 보면 내 일로 인해 한때 다 연줄연줄 알던 사이지.”
“아니, 지금 현재 말이에요.
어떤 일로 연관이 있으시죠?
그걸 제게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나 대한민국에 연 걸리듯이 정계 재계 다 걸려 있었다만 이제는 너도 알다시피 늙고,
나와바리도 축소되고 말이지. 그러니 내가 너한테 구차하게 손도 벌리잖냐.”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그저 내 안테나에 걸리는 소문을 들으니 윤 회장 아들이 너에게 빠져 있다는
소리가 들리더구나. 잘 요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윤 회장, 절대 너를 며느리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제가 좋은 가문의 여자가 아니라서요?”
“그것보다 그 영감…. 아니다. 다만 돈이라면 네가 얼마든지 뜯을 수 있지.
그 영감은 체면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지. 체면, 도덕성 뭐 그걸 공략하는 거야.”
유미는 한숨을 쉬었다.
“요즘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세요? 돈은 뭐에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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