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카르페 디엠 (Carpe diem)-7
식사를 하면서도 화제는 줄곧 미술관 이야기로 겉돌았다.
그러다 윤 회장이 주제를 바꿨다.
“내가 미술관에 애착을 갖는 것은, 윤 이사한테 얘기 들어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게 우리 먼저 간 집사람이 애착을 갖던 사업이라 더 그래요.
내가 살아생전에 참 잘해 주지 못했는데, 죽고 나니 더 후회가 돼요.
그 사람의 유지라도 더 빛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사람은 자고로 배우자를 잘 만나야 해요.
오늘날 내가 여기까지 온 건 집사람의 덕이 커요.”
유미가 온화한 미소를 띠며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에….”
“사람이 잘못 들어오면 삼대에 쌓은 공이 하루아침에 무너져요.
특히나 며느릿감은 더 그래요.
나야 이제 무덤 자리 봐야 할 늙은이니 그렇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아들의 혼사 문제만큼은 모른 체할 수가 없지.”
동진도 그 대목에서 공감을 표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에게 꼼짝도 못하는 태도다.
“그런데 동진이가 자네와 결혼할 의사를 비쳤어. 자네, 어떻게 생각하나?”
유미는 사르르 녹는 참치 뱃살을 씹다가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유미가 동진의 눈치를 살폈다.
동진은 모른 척 음식만 먹고 있었다.
유미에게 꽂힌 노인의 눈빛이 더 따가워진다.
윤 회장은 유미 같은 신분의 여자와 아들이 결혼하는 걸 탐탁해 하지 않는다.
그것만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회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정말로 저의 진심을 듣고 싶으신 건지요?
아니면 회장님이 하신 말씀을 제가 새겨들어야 하는 건지요?”
“이 아가씨, 눈치 한번 빠르네. 그 정도면 머리는 꽤 돌아가겠는 걸.”
유미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회장님, 아무리 재벌가의 결혼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결혼은 명백히 두 남녀의 감정과 신뢰가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근본적인 결혼의 최우선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저희끼리 합의 결정된 건 없지만 그 근본적인 결혼 조건에는 부합된다고
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혼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결혼만을 목표로 두고 윤 이사님을 만나고 윤조미술관에서 일했던 건 아닙니다.
저도 결혼에 대해 신중합니다.
저의 인생과 결혼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을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간절합니다.
윤 이사님은 신중한 분이십니다.
그렇게 의사를 표했다면 아드님을 믿고 두고 보심이….”
“말이 많군. 한 마디도 지지 않겠어.”
윤 회장이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까칠하게 나오는 윤 회장이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자리가 자리인지라
유미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군. 회사의 직원감으로는 나쁘진 않아. 하지만….”
그때 동진이 끼어들었다.
“유미씬 탁월한 감각이 있어요.
제 배우자는 그런 사업 감각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경영 문제도 같이 의논하면 더 좋겠죠.”
“네가 아주 단단히 홀렸구나.
사업가 집안의 괜찮은 규수들 다 들이대도 결혼 안 한다고 싫다고 하더니….
사실 그래서 내가 자네가 어떤 여잔지 더 궁금했던 거야.
동진이에게 몇 가지는 들어서 알고 있어요.
불우한 인생을 살았더구먼.”
유미는 얼굴에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진땀이 났다.
“그건 그렇고 생년월일시나 적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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