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카르페 디엠 (Carpe diem)-4
동진의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떠올랐다.
“OX문제 아니었어요?
그럼 예스지 노예요?
돈 없는 이사님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는데.
굳이 답을 정확하게 한다면 난 돈도 많은 당신이 좋아요.”
유미가 ‘도’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했다.
“이번엔, 나도 OX문제예요. 그럼, 당신이 좋아하는 건 나의 무엇이에요?”
“한마디로 답하긴 어려워.”
“나의 외모? 섹스? 성격? 지적 능력?”
“유미씨의 모든 것이라 해야겠지.”
“모든 것?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요?”
“그건 결혼해서 오십년을 살아도 인간은 서로 모르는 거야.”
동진이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마찬가지로 유미씨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그러고 보니 유미도 동진에 대해 아는 게 많지는 않다.
“객관적인 사실과 이미지 말고는 별로…. 나만의 지식이라면 당신의 섹스 취향 정도?”
유미는 머뭇거리다 다시 물었다.
“나에 대해 혹시 뭘 좀 알아보진 않았나요?”
“아니….”
“그럼 됐어요.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알려드리죠. 궁금하시다면 말이죠.”
“궁금하긴 하지.”
“저 사실 처녀 아니에요. 결혼한 적 있어요.”
“그럼, 우리 쌤쌤인데.”
“아이도 있어요.”
“내가 꿀리는데.”
동진이 말은 농담조로 했지만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난 가족이 없어요.
혼자라고요.
재벌들은 패밀리 좋아하잖아요.”
“아인 몇 살인데?”
동진이 엉뚱하게 물었다.
“여고 2학년이에요.
내가 대학 다닐 때 일찍 사고 쳐서 결혼하는 바람에….
당신은 나보다 훨씬 조건 좋은 처녀에게도 장가들 수 있을 텐데….”
“그렇겠지.”
“당신 지금 얼굴에 뭐라 쓰여 있는지 알아요?
결혼은 조건 좋은 규수랑 하고 나와는 연애만 했으면 해요.
솔직히 말해봐요.”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내 간절한 진심을 그런 식으로 말하면 곤란해.”
“남한테 뺏기는 게 싫겠죠.
그래서 부동산처럼 잔금을 치르고 법적 소유권을 독점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결혼을 생각하는 건데, 뭐 전세, 월세도 있잖아요?
사실 소위 나를 세컨드 정도 삼으면 딱인데.
그쵸? 평생 나를 아내로 정하는 건 좀 망설여지는 거죠.
내가 세컨드 정도로 옆에 있어줄 여자도 아닌 거 같으니까….”
동진의 얼굴이 벌게졌다.
“유미씨는 성격이 참 솔직해서 좋은데,
사람을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몰아붙여서 좀 당혹스러울 때가 있어.
내 마음은 진실한데, 솔직히 말하면 결혼문제는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문제니까
나 혼자 결정 못하는 부분도 좀 있는 거야.”
“내가 굳이 결혼하자 그런 거도 아니에요.”
“알아. 그럼 평생 나만 바라보고 살래?”
유미가 픽, 웃었다.
“나 춘향이 아니거든요.”
“알아. 그러니까 내가 평생 내 걸로 만들고 싶어.
오유미가 딴 놈 손 타는 게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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