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카르페 디엠 (Carpe diem)-9
“나다. 오늘 윤 회장을 만났더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누구냐? 넌 이 애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조두식이었다. 갑자기 유미는 조두식을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에도 윤 회장 운운하는 소리를 한 걸로 보아 그는 윤씨 집안과 모종의 관계가 있거나,
있었거나 한 듯했다.
게다가 측근이 아니라면 오늘 윤 회장을 만난 걸 그가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 계세요? 잠깐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너 오늘 힘들 텐데 쉬려무나. 그 영감 성질이 지랄 같지?”
“아니, 괜찮아요. 잠깐 차라도 한잔….”
“내가 갈 수가 없는 상황이야. 내가 틈내서 일간 또 연락하지.
참, 돈이 돌면 나한테 좀 땡겨 주라. 일 잘되면 물론 갚을 거다.”
또 그 수작이 나오는구나. 그러나 유미는 그에게 미끼를 던지듯 물었다.
“얼마나요?”
“한 이천?”
“네에?”
“뭘 그리 놀라? 최신형 벤츠를 타는 고귀한 신분이?”
이건 또 어떻게 알아? 유미는 섬뜩했다.
“그건 너무 많아요. 현금이 없어요.”
“그럼 천이라도. 모레까지 부탁해. 계좌는 문자로 찍어 보낼게.”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볼게요.”
“오호, 그래야지. 우리 착한 딸. 잘 자거라.”
의붓아버지 조두식의 징글맞도록 느끼한 목소리가 사라졌다.
유미는 그가 요즘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늘 그랬지만 그 또한 바람 같은, 무정형의 인간이다.
하여간 그를 만나 뭔가를 캐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정말 아버지같이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면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그와 의논해 보고 해결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모르긴 해도 그는 지하조직의 세계에도 끈이 닿는 사람이라
요긴하게 필요할 때도 있을 거 같았다.
갑자기 얼마 전에 받은 메일 생각이 나서 유미는 벌떡 일어났다.
컴퓨터를 부팅해서 메일함을 열어 보았으나 여전히 수신 확인이 되지 않았고
홍두깨로부터는 전혀 메일이 오지 않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그냥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날 일은 아닐 텐데….
그때 또다시 휴대폰이 걸려 왔다.
사촌 수민이었다.
“어머, 오빠, 아니 언니! 웬일이야?”
“유미야, 잘 있었니?”
“그럼. 난 잘 있지. 언니도 잘 있지? 이모는?”
“그래, 안 그래도 엄마가 지난주에 미국으로 가셨어.”
“어머, 나 인사도 못 드렸는데….”
“엄마가 괜히 슬프기만 하다고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
지난번에 너와는 정리할 거 다했다고.”
“그래도 너무 죄송하네.”
“참! 나도 다음 주에는 서울 갈 일이 있는데 좀 볼까?”
“그래? 우리 집에 와서 자. 근데 무슨 일?”
“응, 나 서울에 일이 있어서. 그 얘긴 나중에 할게.
내가 널 보려고 하는 건 그 때문은 아니고….”
“무슨 일이 있어?”
“일이라기보다는 너한테 뭘 전해 줄까 싶어서.”
“뭔데?”
“엄마가 미국 가려고 짐을 싸느라 옛날 살림 다 꺼내서 정리하고 그랬나 봐.
그런데 어디선가 너네 엄마 유품이 나왔대.
어쩔까 하다가 너한테 전해 주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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