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카르페 디엠 (Carpe diem)-6
“아버진 너무 요란한 거 싫어하시니까 청순하게 하고 와.
청순하지만 품위 있고 우아한 여자를 좋아하셔.
말이 많지 않으면서도 지적이고 성숙한….”
뭐 이렇게 복잡해? 유미는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늦지 않게 와.”
오늘은 동진의 아버지인 윤규섭 회장을 만나는 날이다.
원래는 집에 초대하려고 했다는데, 갑자기 일식당으로 장소가 변경되었다.
왠지 대접이 격하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핑계는 조만간 재개관을 앞둔 미술관 문제를 실무자로서 브리핑하는 자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선을 보는 자리다.
차라리 윤규섭 회장을 유혹하라면 그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미는 오후 내내 머리와 옷에 대해 고민했다.
화장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맹하게 보일까봐 눈매만큼은 또렷하게 강조했다.
머리는 곱게 빗어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다.
옷은 무난하고 화사하게 연한 살구색 투피스를 골라 입었다.
맘에 들지 않았지만, 조신하게 보여야 했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아직까지 청순미가 좀 남아 있는 듯했다.
새신부가 될 수줍은 20대 처녀로 봐줄 만도 했다.
10분 먼저 일식당의 주차장에서 만난 동진이 그런 유미를 보며 놀렸다.
“숫처녀 같아. 이런 여자가 밤에는 팜므파탈로 변하다니.
긴장하지 마. 내가 옆에 있으니까.”
동진이 유미의 손을 잡았다.
“이런 일은 영 경험이 별로 없어서…. 결혼을 한 번밖에 안 해 봐서리.”
유미가 조신하게 말을 했다.
“나 어때요? 조신해?”
윤동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일식당의 룸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서 5분이나 되었을까.
백발이 성성하고 깡마른 노인이 남자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섰다.
유미가 일어서서 목례를 했다.
노인은 꼬장꼬장한 눈빛으로 유미를 유심히 보았다.
“나 윤규섭이오.”
윤 회장이 유미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회장님. 오유미입니다.”
유미가 공손하게 말하며 윤 회장의 악수를 받았다.
앙상한 손이지만 갈퀴 같은 힘이 느껴졌다.
손을 쥔 느낌으로 보아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이 느껴졌다.
“윤 이사한테서 얘기 들었어요.
미술관 일을 맡아서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재개관에 아주 관심과 기대가 커요.
외국 유명 화가들과 우리나라 저명 미술가들의 합동전시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거 쉽지 않은데…. 그쪽으로 인맥이 좀 있어요?”
“예, 제가 외국에 유학했을 때 화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 화가들과도 교류가 있었어요.”
“오 실장이 프랑스에서 유학했어요.”
그때 동진이 끼어들어 한마디 거들었다.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오픈을 거창하게 하는 건 좋은데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해.
용이 아가리를 너무 크게 벌리면 여의주를 떨어트리는 법이거든.
욕심이 너무 과하면 그렇다는 거지. 모든 게 분수에 맞아야지.”
그러며 유미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일부러 뼈 있는 말을 유미에게 던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식당 여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았다.
참치 오도로니 황복이니 윤 회장이 주문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유미는 왠지 기분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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