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27)안개 속으로-5

오늘의 쉼터 2015. 3. 26. 16:55

(127)안개 속으로-5

 

 

 

 

 

“그러니까… 유미야. 우리의 우정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비밀을 지켜줘야 해.

 

너만 입을 꼭 다물면 돼. 꼭! 알았지?”

지완이 호소하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응, 알았어. 너무 걱정 말고 지금은 좀 자보도록 해.”

“잠이 오게 생겼니?”

“술이라도 한잔 해.

 

성급하게 대처하지 말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차근차근하게 풀어가.

 

나한테 상황도 자주 알려주고.”

“고마워. 너밖에 없다.

 

사랑은 변해도 우정은 변치 않는다는 말 이제 이해하겠다.”

“인규씨 연락 오면 나한테도 문자 줘.”

“알았어. 고마워. 잘 자.”

유미는 스카치위스키를 잔에 가득 따라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때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인규일까? 동진일까?

 

그러나 용준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좀 전에 지완씨에게서 연락 받았어요.”

용준의 풀이 죽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떡하죠? 그 집 남편 성깔이 보통 아니라면서요?

 

오 선생님 조언대로 명품 가방 선물했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듣자하니 유미에게 살짝 불만을 토로하는 투다.

 

한 달치 월급을 투자한 돈도 아까울 테고 유부녀를 소개한 유미가 좀 원망스럽다는 투다.

“그 정도 위험도 감수 안하고 유부녀랑 연애했단 말이야?

 

그동안의 따스했던 연애에 대한 수업료라 생각해.

 

당분간은 지완이와 만남을 자제하고….”

“유부녀는 유난히 부담 없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정말 골치 아프네요.”

“그래도 지완이가 용준씨보다는 지금 훨씬 더 힘든 상황이야.

 

남자답게 지키고 배려해줘.”

 

“아후! 내 인생 왜 이렇게 꼬이나 모르겠어요.

 

지금 저랑 술 한잔 하실래요?”

유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어차피 한 번은 저와 술 마시자고 했잖아요.

 

그거 오늘 가불할게요. 제가 댁으로 갈게요.”

“아냐. 집으로 오지 마.”

“그럼 제 집으로 오실래요?”

“그것도 싫어. 밖에서 한잔 하자.”

“술 좀 하고 홍대 앞 클럽에 가서 실컷 춤이나 출래요?

 

오늘 클럽 데이거든요.”

유미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러자고 했다.

 

어차피 잠은 달아나고 밤새 괴로워할 바에야 술이나 진탕 마시고 취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스키니 진에 검은 가죽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용준과 술을 마시는 게 합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봐도 모양새가 우습다. 술에 취하게 되더라도 오늘은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며

 

또 그를 유혹해서도 안 된다. 유미는 집으로 다시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 유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안한 기류는 유미를 아무 생각 없이

 

취하고 싶다는 쪽으로 몰아세웠다.

유미는 택시를 불러 세워 용준이 말한 술집으로 향했다.

 

지완의 일로 충격을 받았던 인규는 유미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찾아왔다.

 

그러나 유미는 더 끔찍한 장면을 마련해놓고 있었던 셈이다.

 

인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껌처럼 들러붙어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인규였지만,

 

막상 그가 유미를 떠난다면 그와 공유한 비밀은 찢어져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지완의 외도를 안 그는 지완과 이혼하고 유미와 더 공고해질까?

 

그도 아니면 윤동진과 박용준을 가만두지 않을 것인가.

 

생각은 복잡하게 꼬였다.

 

인규의 반응을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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