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안개 속으로-7
지완에게서 휴대폰이 걸려왔다.
“유미야. 이게 무슨 일이니?”
지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인규씨가… 인규씨가….”
“인규씨한테서 연락 왔니?”
“지금 병원이야.”
“뭐? 병원?”
“좀 다쳤어.”
“뭐? 상태는 어떤데?”
“누구한테 맞았는지 아니면 어디서 술 먹고 굴렀는지…
머리를 다쳤어. 다리도 한쪽이 부러지고….”
“세상에!”
“강변 덤불 숲 속에 처박혀 정신을 잃고 있는 걸 사람들이 발견해서 병원에 싣고 왔대.
휴대폰이 없으니까 연락도 못하고 그랬나봐.
사람들도 안 다니는 외진 곳인데 요행히 발견됐던 거야.”
“교통사고는 아니고?”
“차는 근처에 있었는데 멀쩡하대.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게 문제가 아니라면…?”
지완이 훌쩍였다.
“인규씨가 아직 정신을 잘 못 차려. 지금 검사 중이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유미는 당장에라도 인규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입장이 입장인지라
마음을 가다듬고 지완을 위로했다.
“별일이야 있겠니. 너무 걱정 마.”
“다 나 때문이야.”
“자책하지 마. 지금은 그런 게 하나도 도움 안 돼.”
“발견된 곳이 그 사람이 얼마 전에 양평 강변에 땅을 샀던 곳이야.
그 사람, ‘베네치아’를 그곳에 확장 오픈하려는 꿈이 있었거든.
친정에서 도움을 줘서 결국 땅을 샀거든.
아마 거길 갔던 모양이야.
그래도 그 사람은 식구들 먹여 살리려는 꿈으로만 가득했는데 난, 나는….”
지완이 기어코 흐느꼈다.
얼마 전에 인규가 땅을 샀다며 자랑하는 걸 유미도 들었다.
인규의 인생에 ‘베네치아’의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곳에 자신만의 꿈의 궁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궁전의 실질적인 황후는 바로 유미 너라는 말과 함께.
베네치아가 그저 이탈리아의 한 도시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유미와 함께했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베네치아의 의미는 이렇듯 지완과 유미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인규는 왜 그날 밤에 그곳으로 달려가서 그런 변을 당했을까?
술에 만취한 인규가 실족하여 생긴 사고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인규에게…?
갑자기 몸이 싸늘해지고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만약… 애들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어떻게 하지?”
“뭐야. 죽기라도 한단 말이야?”
“죽는 것도 그렇지만, 혹시 정신줄이라도 놓게 되면….”
“지완아, 정신 차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유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유미야, 의사가 부른다. 나중에 전화할게.”
지완이 급히 전화를 끊었다.
심란한 가운데 유미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재빨리 스쳐 지나갔다.
그가 죽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정신줄을 놓는다.
즉 의식불명의 식물인간이나 정신이상이 된다?
인규는 유미에게 늘 말했다.
죽을 때까지 유미를 지켜주겠다고.
어쩌면 유미를 영원히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그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바로 위험분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진실한 말을 세상이 믿지 않는 상태의 금치산자가 되는 것.
유미는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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